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로 돌아갔다. 6월 소비자물가가 작년 같은 달 대비 6.0% 올랐다. 1998년 IMF 사태 이후 약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7.4%나 상승했다.

그런데 이게 이제 시작에 불과해 보인다. 선진국 클럽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5월 평균 물가는 9.6% 폭등했다. 한국이 아직 6%인 건 유럽이나 미국에서처럼 전기가격, 공공요금, 근로자 임금 급등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도 이제 더 이상 이들 가격의 통제를 고집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경제 버팀목인 수출 상황은 더 안 좋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이 7월1일 발표한 ‘2022년 6월 및 상반기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상반기 무역수지 적자가 103억 달러(약 13조원)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4월부터 3달 연속 적자를 낸 것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하반기 수출 증가세가 전년 동기 대비 0.5%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칫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연간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 

무역수지 적자는 가뜩이나 나라 살림을 옥죄는 재정적자와 함께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친다. 국가 경제 최후의 보루인 재정에 대한 우려 역시 확산하고 있다. 4월 말 중앙정부 기준 국가채무 잔액은 1000조원을 넘어섰고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37조9000억원 적자를 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를 위협하고 있다. 재정 여력 악화는 민생지원 등 필수 정책대응마저 어렵게 할 것이다.

불안한 집값도 신경 쓰인다. 올해 상반기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이 3년 만에 하락했다. 하반기에는 전반적으로 집값 하락 압력이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은 기준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이에 따른 경기침체의 악순환을 우려한 기사에서 “S&P글로벌신용평가가 아시아에서 한국 집값이 취약해 보인다고 분석하면서 명목 GDP에 비해 높은 가계신용과 부채 증가율, 주택가격 상승 속도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매주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주재하겠다”고 했다. 또 “민생의 어려움을 더는 데에 공공 부문이 솔선하고 앞장설 것”이라며 “불요불급한 자산을 매각하고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과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로 허리띠를 졸라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급여 등의 지출을 줄이는 데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가격 인상 억제와 노동계의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시킬 명분이 생긴다. 지금이야말로 고통 분담으로 위기를 헤쳐나가야 할 때고, 공공 부문이 이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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