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유래 없는’ ‘100년 만에’ ‘초유의’ ‘역대급’…
최근 이런 단어를 주로 듣는 분야는 좋은 쪽보다는 나쁜 쪽이다. 현재 온갖 피해를 가져온 폭우를 비롯해 코로나, 전쟁, 고물가에 이어 폭염, 태풍은 물론 폭설, 한파와 부족사태(건자재, 인력), 미세먼지(황사), 지진 등 갖가지 재해다. 건설현장에서는 불가항력의 천재지변이다.

‘사람의 힘으로 저항하거나 막아 낼 수 없는 힘’이란 뜻의 불가항력(不可抗力)은 외부에서 생긴 사고로부터 오는 손해의 발생이 사회 통념상의 주의나 예방, 즉 그 방지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도 피할 수 없는 일을 지칭하는 법률용어이기도 하다. 천재지변(天災地變)은 ‘자연 현상으로 일어나는 재난이나 이변’이고, 문제는 빈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업계는 이 시점에서 두 가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천재지변으로 발생한 피해는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와 ‘시설물의 천재지변 감내 수준을 이대로 놔둬도 괜찮은가’이다.

먼저, 천재지변은 직접 맞닥뜨렸든, 여파로 부작용이 닥쳤든 말 그대로 일을 받고 주는 원도급자나 일을 받는 하도급자가 어찌할 수 없는, 책임질 수 없는 상황임은 틀림없다. 피해도 엄청나 간과하고 넘어갈 수준이 아니다. 그런데 그 피해를 고스란히 원·하도급자가 떠안는 경우가 많다. 피해복구가 필요하고 증가한 공사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공기가 지연되는 데 따른 부대비용도 감내해야 한다.

일선 건설사들이 이같이 피해를 떠안는 것은 어떨 경우가 천재지변이고, 피해는 어떻게 산출하는지 등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뚜렷한 기준이 없으니 발주자가, 원도급사가 선한 의지를 갖고 있지 않은 한 피해는 전가되고 전가돼 가장 힘없는 주체가 떠안게 된다. 이번 폭우로 반지하 주택 주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당했듯이.

또 폭우는 물론 폭설이나 지진에 취약한 시설물의 기능 향상이나 구조적인 안전성 확보문제도 고민해야 할 숙제다. 30년 만에 한 번꼴로 발생할 수 있는 호우나 폭설, 지진을 대비했다는데 100년 만에 올 수준의 비와 눈, 지진이 와 피해가 컸다는 등 재난이 있을 때마다 언론의 문제 제기만 있을 뿐 그 이후 대비가 완료됐다는 얘기는 듣기 힘들다. 아직도 역대급 폭우라는데 방재대책은 10년 전 수준이라거나, 공공시설물 5만여 곳에 내진보강이 안 됐다거나 하는 이야기만 들린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정부가 납품단가(납품대금) 연동제를 도입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 눈길을 끈다. 지난 2008년 18대 국회부터 시작해 장장 14년만에 첫발을 뗀 것이기도 하다. 이같이 한 발짝이라도 내딛게 된 것은 사상 초유의 시멘트 가격 두 자릿수 상승 등 자잿값 폭등이라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상황이 바뀌었으면 대응책도 바뀌어야 한다. 재난은 즉각적인 수습도 시급하지만 항구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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