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약칭 국가계약법은 제1조에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함으로써 계약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함’을 그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5조(계약의 원칙)는 ‘계약은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체결돼야 하며, 당사자는 계약의 내용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이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1995년 1월5일 제정돼 20년 가까이 시행돼 온 국가계약법이 왠지 최근 도전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적당히 뭉개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공정’, ‘투명성’ 등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관이 많이 달라져 관계자들이 한번은 곱씹어봐야 할 듯하다.

우선 가장 큰 도전은 대한토목학회, 한국건축시공학회, 한국구매조달학회 등 32개 기관이 참여한 ‘국가계약법 개정 추진단’의 “하도급 계약도 발주자가 책임지도록 국가·지방계약법을 개정하자”는 주장이다. 국회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내용을 담은 국가(지방)계약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하기도 했다.

주장의 골자는 국가발주 사업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나 불법 및 불공정 행위를 국가가 사전에 예방하고 규제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기존에 원도급사와 하도급사 간의 거래를 사적 거래로 보고 공공발주자가 개입하지 않거나 최소화했으나 이러한 개념을 깨고 발주자가 원·하도급 간의 거래까지 모두 관리하게 하자는 것이다. 더불어 이를 어기는 발주자는 처벌하고 피해보상까지 물리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공공계약에서도 만연한 부당특약을 근절하기 위해 국가계약법상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최근 제기됐다. 기획재정부 계약제도심의회 민간위원인 경희대 공공건설산업연구소 고상진 교수가 옴부즈만 자격으로 ‘부당특약과 합리적 분쟁 해소방안’을 마련해 기재부에 건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 교수에 따르면 공공계약에서는 여전히 계약금액 조정을 제한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부당특약이 나타나고 있고, 더욱이 발주기관이 부당특약 관련 분쟁조정 결과를 불수용하는 사례가 많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가계약법 제5조에 관련 조항이 마련돼 있기는 하지만 ‘부당특약 자행 공공기관에 과징금 부과’ 등 보다 강화된 근절방안이 요구된다는 주장이다.

최근 대한전문건설협회도 기재부에 국가계약법 관련 업계의 현안을 건의했다. 총 8건 가운데 투명한 정보공개와 형평성 보완이 필요하다는 항목이 많았다. 현행법이 그만큼 하도급사에 대해서는 투명하지 않고 편향적이라는 반증이다.

공무원이 책임지도록 하고, 처벌받게 하고, 정보를 모두 공개하자는 주장이 어쩌면 도전일 수 있다. 하지만 국가계약법이 제1조와 5조에서 표방한 ‘계약에 관한 기본’, ‘서로 대등한 입장’, ‘신의성실의 원칙’ 등 대원칙이 지켜져야만 계약법의 기본으로서의 권위가 서지 않을까. 이 주장들은 그 대원칙을 바로 세우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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