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추수의 계절에 맞는 추석은 풍족해야 한다. 이런 분위기를 띄우듯 올해 추석을 앞두고 전문건설사들의 하도급대금을 조기에 지급하는 정부와 지자체, 대형업체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민간에서도 대형 그룹사는 물론 중견 건설기업들도 동참하고 있단다. 과거에는 정부의 등 떠밀기식 압박에 못 이겨 극소수 기관과 기업들만 참여했으나 최근에는 대·중소기업 간 상생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와 지자체들은 추석을 앞두고 공사대금과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고 있는지 신고센터를 설치해 제보를 받고, 점검단을 꾸려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조기 지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지만 여전히 풍족은커녕 임금이나 자재 및 장비 대금을 주기 위해 원도급사를 상대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전문건설업체들이 많다는 얘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매해 설날과 추석마다 설치해 운영하는 ‘불공정 하도급 신고센터’에 많은 하도급대금 미지급 사건들이 접수되고, 매번 200~300건, 금액으로는 200~300억원 규모의 미지급금이 지급되도록 조치되고 있다. 공정위는 올해도 9월7일까지 신고센터를 수도권, 부산·경남권, 광주·전라권, 대전·충청권, 대구·경북권 등 전국 5개 권역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추석을 앞두고 더 씁쓸한 풍경들도 본지 취재에서 확인됐다. 원도급사들로부터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공사를 속수무책 강제 타절당하는 하도급사가 많고, 건설노조원들로부터는 주말·휴일 작업 금지와 주 52시간 근무제 등 정부 방침과 폭염·폭우 등 기상이변 등으로 근무일수가 줄어 부족한 임금을 보전해달라고 요구받는 등 양쪽에서 받히고 있다고 한다.

원도급사들의 공사타절 이유는 △민원 해결 불이행 △장비 무단 반입 △자재 품질 불량 △요구서류 미제출 △각종 요구사항 불이행 등 다양하다. 일방적으로 지적사항을 통보하고 공기지연과 연결시켜 이를 명분으로 강제타절하는 식이다. 건설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타절을 계약금액 인하 등 갑질 도구로 악용한다고 의심하는 하도급사들은 문 닫을 각오로 신고하거나 소송하지 않는 한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한 번 더 좌절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노조의 경우 심지어 올해 원자재 수급 문제와 공사비 부족 사태, 폭우로 인해 현장이 멈춰선 날들에 대해서도 수당 지급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업체들을 경악하게 하고 있지만, 이 또한 마땅한 대응수단이 없다. 고발이나 소송보다 노조의 실력행사가 더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피해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올해 27조9683억원보다 10.2%(2조8470억원) 정도 줄여 25조1000억원을 책정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SOC 예산이 줄어든 것은 5년 만이다. 이제나저제나 30조원을 넘길까 기대하던 건설업계에게는 청천벽력이다. 개인 기업 차원에서는 해답이 없는 문제들이다. 업계나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추수를 하기는커녕 오히려 빼앗기기만 한다면 추석은 아니 맞음만 못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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