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내년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입하는 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10% 이상 깎인 25조100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2일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전체 예산은 올해보다 5.2% 늘린 639조원을 책정하면서도 SOC 예산은 2조8000억원(10.2%)이나 삭감했다. 재정기조를 건전재정으로 전면 전환하기 위해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면서 SOC를 희생양 삼은 느낌이다. 이 정도면 ‘홀대’다.

이같은 홀대는 기시감이 든다. 이전 문재인 정부에서도 집권 이후 첫해인 2018년 SOC 예산을 전년도보다 20% 삭감한 17조7000억원을 책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다음 해에는 5% 가까이 증액한 18조5000억원으로 늘리는 것을 시작으로 4년 내리 확대했으며, 올해는 SOC 예산으로는 사상 최대인 27조5000억원을 편성했다. 그런 이유에서 건설업계는 SOC 예산이 30조원을 찍을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기도 했다.

본지는 이미 지난 6월20일자 논설(‘건설의 날을 맞아’)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가격 급등 등 부동산정책 실패 원인 중의 하나는 초기에 건설산업과 건설업체를 ‘토건세력’ 등으로 네이밍하며 홀대한 것도 컸다고 평가했고, 이번 정부가 건설산업을 대하는 첫인상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면서 건설산업을 ‘부동산 문제 해결사’가 아닌 ‘동반자’로 대해 달라고 당부도 했다.

2021년 기준 한해 국내 건설수주 규모가 208조원이었고, 올해는 21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건설산업의 총 규모에 비해 25조원 내외의 SOC 예산이 크지 않게 보일 수도 있지만, 건설업계가 이처럼 정부의 SOC 투자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따로 있다. 공공투자는 좀 더 큰 시장을 만들기 위한, 말 그대로 ‘마중물’ 투자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앞으로 몇 년간이 건설산업의 선진화를 위한 생산성 향상은 물론 미래산업으로 거듭나는 도약을 위해 과감한 시도와 투자가 필요한 가장 중요한 시기다. 특히 ‘스마트건설’을 실현하기 위한 건설산업 앞에 놓인 숙제는 많다. 계획부터 시공단계, 관리단계까지 스마트기술을 접목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시도를 건설산업이 해나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실패에도 중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일이 되고 안 되고는 ‘힘 있고 기운차게 뻗는 형세’인 기세에 달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인 지난 5월에 새 정부의 국정 과제인 지역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 내년도 경제성장률 2.5% 이상 달성을 위해 내년도 SOC 예산을 32조원 이상으로 확대 편성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들을 보면 정부 투자를 줄이는 대신 민간투자와 해외건설 활성화로 감소분을 충당시켜 줄 심산인 모양이다. 본줄기에 공급하는 수량을 줄이고 곁가지가 싱싱하기를 바라는 꼴이다. 건설산업이 새로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기회와 기세를 꺾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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