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비리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이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에 대한 표본점검을 해보니 2616억원 규모의 위법하거나 부당한 사례가 적발됐다. 발전 시공업체가 공사비를 부풀린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과도한 대출을 받기도 했고, 농지에 불법으로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고 돈을 빌리기도 했다. 또 결산서를 조작해 보조금을 타내는 회계부실도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권 카르텔이) 개탄스럽다“고 했고, 국민의힘은 ‘권력형 비리’로 규정하고 ‘태양광비리진상규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반면 원전은 적극적으로 살리고 있다. 환경부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자력 연구개발사업을 ‘녹색부문’에, 원전 신규건설사업과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사업은 ‘전환부문’에 포함시켰다. 원전도 생산과정에서 탄소는 배출하지 않으니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같은 수준의 그린에너지로 보겠다는 뜻으로 이렇게 되면 향후 원전업자들은 금융조달이 쉬워진다. ‘탈원전’ 수사는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산업자원부의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은 산하 유관기관 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윤석열 정부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일련의 움직임은 친원전·반태양광 흐름으로 보인다는 게 산업계의 판단이다. 비리에 대해서는 당연히 엄단해야 하지만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높은 수위의 발언, 검찰의 움직임 등을 볼 때 당분간은 태양광에 대한 투자확대 얘기를 꺼내기는 무척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태양광을 확대하기 위해 원전을 과도하게 적대시했다면, 윤석열 정부는 딱 그 반대 상황이 벌어지고있는 셈이다. 

정부는 이미 내년도 예산을 확 줄였다. 2023년 본예산 중 신재생에너지보급지원산업은 25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3200억원) 대비 21.8%(700억원) 줄었다. 자연스럽게 보조금 지원규모는 축소되고 대상은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신재생에너지 생산 목표도 축소했다. 지난 8월 공개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보면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당초 목표였던 30.2%에서 21.5%로 줄이고, 원자력 비중은 23.9%에서 32.8%로 대폭 늘렸다. 이렇게되면 지난해 확정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비교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52.9TWh(테라와트시) 줄어들고, 원전은 55.3TWh가 증가한다.

문제는 이런 방향성이 글로벌 움직임과는 다르다는 데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대폭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미국은 태양광패널 등 온쇼어링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 및 생산 세액공제를 제공할 방침이다. 

신재생에너지 생산이 축소되면 RE100(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것) 참여하는 국내 기업들이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RE100에 가입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전자는 2년전부터 미국과 중국, 유럽 지역의 모든 사업장에서 RE100을 달성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약속을 하지 못했는데, 국내 전력시장에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는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RE100에 가입한 국내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 현대모비스, 네이버, 기아 등 23곳이나 된다. 이들 기업들이 사용하는 전력량은 61.5TWh로 지난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총량(43.1TWh)보다 많다. 

원전이 정 필요하다면 원전은 원전대로 가되, 재생에너지에 대한 폄훼나 투자축소는 하지 말아야 한다. 전세계가 한창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은 ‘팩트’다. 그간 헐겁게 지원된 보조금을 깐깐히 들여다 보고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이 더욱 내실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맞다. 에너지 기조가 정권에 따라 이렇게 뒤바뀌면 골병드는 것은 국민들이다. 그리고 발전업계와 건설업계도 마찬가지다. 비록 말은 못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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