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정부의 건설산업 홀대는 익히 겪어와서 익숙한데도 최근 본지 취재를 통해 확인된 정부의 ‘건설업 패싱’ 행태와 담당자들이 왜 그렇게 했는지 내놓는 변명을 보면 건설업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지적은 하지만, 지원은 없다’, 이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근로환경개선 지원예산을 편성하면서 건설업만 제외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지난 8월부터 상시근로자 20명 이상 사업장 혹은 공사금액 20억원 이상 공사현장은 휴게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고, 설치하지 않거나 미흡할 경우 최대 1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해 내년에 전국 6588개 사업장을 지원하기로 하고 예산 230억원 가량을 편성했다. 산재 취약 부분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근로환경을 대폭 개선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건설현장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특히 더 충격을 주는 것은 지원에서 배제한 이유로 건설현장 실태조사 결과 휴게시설이 대체로 잘 마련돼 있고, 안전 관련(안전관리비) 예산이 별도로 있으며, 수주산업 특성상 시설 유지보수 기간 3년을 지키기 힘들다는 점을 든 것이다. 건설업을 늘 안전위험 산업으로 분류하며 근로환경 개선을 강조하고, 단속 대상으로 삼아온 그동안의 정부 태도와 전혀 맞지 않는 조치다.

외국인 고용에서도 건설업은 차별을 받고 있다. 건설업은 외국인 의존도가 높고 기술산업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고용난을 겪고 있는 산업에 숙련인력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도입한 ‘외국인 숙련기능인력 점수제 비자(E-7-4)’ 제도의 정부 추천 쿼터에서 건설업종은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E-7-4 비자는 국내에서 비전문취업(E-9), 방문취업(H-2) 비자로 5년 이상 근무 중인 외국인이 숙련도 등 분야에서 자격 요건을 충족할 경우 장기 체류할 수 있도록 변경 신청할 수 있는 제도로, 지난 201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정기 선발과 수시 선발로 연간 2000명을 뽑는데, 수시 선발을 위한 소관부처 추천 쿼터에서 외국인 의존도가 높은 대표적인 업종인 제조업, 뿌리산업, 어업, 농축산업은 있는데 건설업만 쏙 빠졌다.

또 건설업에 종사하는 외국인이 정기 선발에 지원하려고 해도 최소 5년 이상 E-9, H-2 등 자격으로 국내 취업을 해야 하는데 건설업에서는 최장 4년10개월까지만 체류할 수 있어 자격을 맞추기 어렵고, 재입국을 통한 방법도 건설업의 경우 사업주가 아닌 현장 단위로 재입국을 허용하고 있어 사실상 건설업에서는 숙련외국인을 채용할 길이 모두 막혀 있다고 봐야 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건설 관련 14개 종목에 외국인 응시자는 매년 5만명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고, 일부 종목에서는 전체 응시자의 30~40%가 외국인일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건설 숙련기능인으로 활동하려는 외국인들의 의지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을 온갖 부정적인 현상의 교보재로 거론할 것이라면 어느 산업보다 앞서 그 상황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갖춰주고 지원해 주는 것이 책임 있는 정부의 태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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