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나 통신과 관련한 이용자 권리 중 보편적 서비스권이란 게 있다. 누구든 방송이나 통신 서비스로부터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의미한다. 이는 과거 전화 서비스 설치 과정에서 비롯된 권리 장치다. 전화 사업자는 인구밀도가 높은 곳을 사업 대상으로 선호하게 마련이다. 인구밀도가 낮은 곳에선 설치 비용을 회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를 방지할 정책이 없을 경우 자연스레 지역에 따라 서비스 차등을 받게 된다. 보편적 서비스권은 이처럼 이용자들이 생존에 필요한 서비스로부터 소외 받지 않게 할 요량으로 정한 권리라 하겠다.

대부분의 선진 사회는 교통, 교육, 의료, 전기, 수도, 도시가스 등도 보편적 서비스권 영역으로 설정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서비스를 사회가 보장한다는 의지인 셈이다. 민영화 바람이 불면서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의지가 약화되거나 서비스 방식의 변화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언급한 영역의 서비스는 공영제 혹은 준공영제 형식을 띠거나 미약하게나마 그 색채를 유지하고 있다. 지방 소멸이나 인구 절벽 같은 위기를 지체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서 보편적 서비스권에 대한 관심은 전보다 더 늘어나고 있다. 

보편적 서비스권에 대한 인식이 충분하지 않은 우리 사회로서는 교통 서비스도 과연 그에 속할까 궁금해하는 시선을 자주 접한다. 광역버스, 시내 버스 준공영제가 오래전부터 시행되고 그를 둘러싸고 말이 많지만 정작 그 사안을 능숙하게 다루는 사회적 솜씨는 모자라 보인다. 아직 충분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교통 서비스를 공공 영역으로 인정한 일은 획기적 사건이었다. 만약 광역버스의 준공영제가 성사되지 않았다면 한국 사회의 수도권 밀집화는 더욱 심화됐을 것이 명약관화하다. 준공영제가 가능했기에 지하철, 버스 환승제도도 가능해졌음은 물론이다. 준공영제로 노선 설정에서 보편적 서비스 정신을 실현했기에 일정 정도 인구 분산 효과도 만들어냈다. 준공영제로 배차시간을 일정하게 하고, 그 빈도를 높여 시민에게 편안함을 선사할 수 있었다. 

물론 준공영제의 개선 혹은 완전 공영제로의 이행에는 비용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손실 보전을 받는 입장에서는 운영 개선이나 혁신을 늦추는 태만에 빠질 수도 있다. 어느 지역도 서비스로부터 손해받지 않으려는 고집으로 인해 비효율성도 노정될 수 있다. 이같은 난관은 위에 언급했던 사회적 이득을 상쇄시킬 정도는 아니다. 난관은 극복돼야 할 존재일 뿐 보편적 서비스권으로서 교통권을 막는 장애물이 될 순 없다. 

교통 공영제의 합리적 운용으로 여러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서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 먼저, 공간 가치의 차등화를 줄여준다는 희망을 설파할 필요가 있다. 어디서나 편안하게 서비스를 받는다면 지역 간 차이는 줄고 심지어 지대에도 변화가 생길 거라는 기대를 심는 것도 행할 일이다. 둘째, 교통 서비스의 정보화 시스템 구축도 손쉬워짐을 알려야 한다. 좌석 예약제 등과 같은 시스템 구축을 위해 개별 운수 회사가 비용을 지불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공영제가 그를 행하는데 큰 이점을 지님을 알려야 한다. 셋째, 공영 형태의 시스템은 거버넌스가 가능해지므로 획기적인 서비스 개선이 가능해짐도 나눠야 한다. 거버넌스 형태의 서비스 획정은 이용자 우선이라는 보편적 서비스 정신이 극대화될 수 있게 해줄 거라는 믿음을 널리 펼 필요성도 있다.      

보편적 서비스권은 시민에게 사회 성원으로서 가질 자부심, 차별받지 않아 생기는 평온함, 일상의 편리함을 전하기 위해 구축된 산물이다. 법전이나 고준담론에서 찾는 추상의 개념이 아니라 아침 저녁의 출퇴근 길에서 입에 올려야 할 일상적 필수 용어다. 광역버스 공영제를 둘러싸고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노사갈등과 시민의 불편함이 생긴다는 보도가 연일 이어진다. 보편적 서비스권을 입에 올리며 그 사건에 개입할 여지는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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