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본지 취재결과 공동주택 하자를 빌미로 한 ‘기획소송’이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업체를 상대로 한 기획소송이 하자 문제만 있는 건 아니다. 근로자의 부당해고, 수당이나 퇴직금 미지급,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서체(글꼴) 부당이용 등 갖가지 이유를 들어서 건설업체를 곤혹스럽거나 귀찮게 만들어 돈을 받아내기 위한 황당한 무고성 소송 및 고발사건이 일거에 발생하는 경우 업체들은 기획된 것으로 받아들인다.

소송과 고발 원인은 다양하지만 진행되는 과정은 대동소이하다. 하자 기획소송은 법무법인이 조사나 진단 등을 자체 비용으로 수행하고 승소 시 높은 보수를 수임 조건으로 제시해 입주민들을 부추기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일부 공종이었지만 최근에는 △철근·콘크리트 △타일 △조적미장 △도장 △금속창호 △잡철물 △방수 △조경 등으로 확산하는 추세라고 한다.

특히 전문건설업체에게 하자 기획소송은 더욱 치명적이다. 시행사나 원도급사인 종합건설업체에 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하도급 전문건설업체는 모르고 있다가 하자인지 아닌지 따지는 대응도 못 해보고 종합업체의 요구에 따라 재시공을 해주거나 비용을 제공해야 하는 황당한 처지에 놓이기 때문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서체 부당이용 기획소송은 자사를 프로그램 제작사나 서체 저작권사로부터 지식재산권 침해문제에 따른 보호와 관련된 제반 법률적인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소개하는 법무법인이 ‘프로그램 라이선스 보유 확인 협조 요청의 건’ 등의 제목으로 공문을 보낸다. 정품을 사용하고 있는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통지다. 그러면서 처벌을 받지 않으려면 이참에 정품을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사용하라고 유도한다.

근로자 관련 기획소송은 법률적으로 수당이나 퇴직금을 지급했어야 하는데 지급하지 않았다며 어느 순간 대거 소송을 걸어온다. 또 현장에서 하루 일하고 몇 달 소식이 없다가 산업재해를 입었다며 보상을 청구하거나,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전혀 무관한 지방의 노동청에 고발하는 식이다.

업체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같이 황당한 소송 및 고발은 “귀찮아서 준다”는 건설업체들의 습성을 교묘히 악용한 것이 주를 이루고 있다. 뻔히 아니라는 걸 알지만 자료 준비하고 왔다 갔다 하려면 업무에 지장을 받고, 산재 등 근로자 관련 문제는 원도급사가 빨리 해결하기를 원해 돈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아서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획소송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강하게 대처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일개 업체의 일시적인 대응만으로 잇따르는 기획된 소송이나 고발을 그때마다 막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법은 멀고 주먹이 가깝다’는 말이 있다. 책임은 공정한 과정을 거쳐 합당한 정도로 져야 하는데 건설업체들에게 기획소송은 당하는 과정이나 입는 피해규모 등을 감안하면 ‘법이 곧 주먹’인 폭력이나 다름없다. 주먹을 함부로 휘두르지 못하도록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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