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돈줄이 마르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주요 원인은 기준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자재, 인건비 등 물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부동산 개발사업의 사업성이 급격하게 떨어져 그동안 사업의 돈줄 역할을 해 오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공급 주체들인 금융기관 등이 발을 빼 PF 대출이 부실해지고 더불어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도 막히면서 사업이나 기업은 물론 사회적으로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최근까지 이어진 부동산 경기 호조로 부동산 PF가 급증했고 그 대출 잔액 규모는 2013년 말 35조2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112조2000억원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는 통계다.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도래하는 PF 대출과 회사채 규모가 총 158조원에서 달한다고 한다. 만일 한 곳에서라도 삐긋한다면 여러 현상이 겹쳐 상상을 초월하는 재난으로 이어지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급 자금부족현상이 올 수도 있는 수준이다.

이미 이같은 돈맥경화에 따른 파장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주택건설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주택산업연구원)에서 10월 자금조달지수는 전달 52.7에서 40.2로 떨어졌다. 1년전 71.2에 비해서는 3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연초에 3.5%였던 증권사 PF 대출금리가 선순위 대출은 10%, 후순위 대출은 20%까지 치솟았으며, 저축은행에서 후순위 이자로 30%를 요구하는 정도여서 신규사업 착수를 못 하거나 진행 중인 사업이 중단되는 사태가 빈발하고 있다고 한다.

6개월간 공사가 중단됐다가 공사를 재개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단지는 사업비 조달을 위해 시공사업단의 보증을 받아 단기사채를 발행하려 했으나 한때 실패해 보증을 선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자체 자금으로 사업비 7000억원을 상환하고, 내년 초 일반분양을 할 때까지 직접 공사비를 조달해야 할 처지에 놓였을 정도다. 지난 27일 차환에 성공하기는 했다.

PF 부실 사태는 중소건설사, 지방부터 순차적으로 거품이 꺼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처럼 지금은 큰 혈관에서도 전방위적으로 돈줄이 말라 빈혈 현상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도 최근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는 채권시장 안정 등을 위해 ‘50조원+α(알파)’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 돈맥경화 현상이 확산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시중에 자금을 공급해주겠다고 나섰다.

정부의 공급규모가 충분한지는 차치하고 문제는 이 사태가 지금부터 시작이고, 돈을 빌릴 수 있는 우군을 가진 대기업이 아닌 일개 중견,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돈맥경화의 원인을 제거할 수도 없어 속수무책이라는데 있다. 돈맥경화로 인해 일어나는 빈혈 증상을 견뎌내는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빈혈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습관과 적당한 운동을 통해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는 노력이라고 한다. ‘원가절감’과 ‘리스크관리’를 통한 ‘내실경영’, ‘방어경영’이 요구되는 시기가 또 한 번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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