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이게 무슨 상호허용인가? 일방허용이지”
현재 전문·종합건설업종 간 상호시장 진출 허용제도를 바라보는 전문건설업체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지금 전문업체들이 공사입찰 과정에서 직접 겪고 있는 과잉되고 일방적인 제약은 정부가 제도를 도입하며 전문건설업계에 제시했던 온갖 비전이 단지 업계의 반발을 막기 위한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들게 만든다.

본지 취재에서 드러난 상호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종합공사에 참여하려는 전문건설업체들에게 일선 발주기관들이 내걸고 있는 조건들은 업체들이 보기에는 ‘가관’이다. ‘일부러 참여하지 못하도록 이런 조건을 내세웠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현실에 맞지 않거나 터무니없는 요구사항들이기 때문이다. 조경공사를 발주하면서 조경식재·조경시설물 전문건설업체에게 토지조성을 위한 지반조성·포장공사업 면허를 추가로 요구했는데 토지조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도 안 되고, 어떤 공사에서는 10가지 면허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특히 최근 전문업계에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조경공사 발주건의 경우, 한 공공기관이 조경공사를 종합공사로 발주하면서 전문업체에게 입찰을 허용했다가 종합업체들이 반발하자 입찰을 취소하고 추가 면허를 요구했다. 여기까지는 앞선 조경공사 사례와 비슷하지만, 문제는 이 공사가 조경식재공사업과 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이 하나의 전문면허로 합쳐짐에 따라 전문건설로 발주해야 할 조경공사를 한시적으로 종합공사로도 발주할 수 있도록 허용한 ‘건설공사 발주 세부기준’ 규정에 따라 발주한 공사였다는 것이다.

공사가 발주되자 종합조경업체들이 상호진출 허용 종합공사에 참여할 수 있는 전문건설사업자는 2개 이상의 업종을 보유해야 한다는 건설산업기본법을 교묘하게 섞어서 반발했고, 발주기관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재공고해 전문조경업체들이 “살게 해줬더니 집주인 행세를 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것 말고도 발주담당자가 ‘전문건설업체는 종합적인 계획 관리 및 조정 능력이 없다’며 전문업체의 종합공사 수주를 꺼려 입찰을 막으려고 일부러 업종을 여섯, 일곱 개를 추가하는 경우도 있다는 전문업체들의 전언도 있는데 사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전문건설업계의 양보를 종합업계가 권리로 주장하고 발주기관은 이를 기계적으로 해석하거나 행정 편의적으로 집행할 것이라는 우려는 이미 상호시장 진출 허용제도를 도입할 당시부터 제기됐다.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에 선의를 기대하거나, 공무원에게 편의를 포기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건설산업 생산체계 개편의 기본 취지는 ‘건설업의 질적 향상과 함께 종합·전문업종 간 공정경쟁을 통한 건설산업 선진화’로 요약할 수 있다. 여기서 ‘공정경쟁’을 힘의 논리를 앞세운 ‘약육강식’으로 해석하지는 않으리라  기대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해결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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