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정부가 건설산업을, 건설기업을 대접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지만 대놓고 규정으로 정해 건설기업만을 대접하는 제도가 존재한다. 국토교통부의 ‘건설사업자간 상호협력평가제도’다. 상호협력평가 우수업체로 평가될 경우 조달청과 지자체의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 최대 5점 가점을 비롯해 적격심사, 종합평가 및 종합심사에서 가점을 주고 시공능력평가액 산정 시에도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공공공사 입찰은 불과 단 1점 차이로 낙찰 여부가 갈리는 만큼 상호협력평가 등급에 따라 희비가 갈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무시 못 할 혜택이어서 매년 3000개 내외의 업체가 신청할 정도로 인기를 구가한다.

이 제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하도급거래 모범 중소기업 선정제도’와 종종 비교된다. 하도급거래 모범 중소기업에게도 하도급거래 직권조사 1년간 면제, 상호협력평가 가점 3점, 누산 벌점 산정 때 벌점 경감 3점 등 공정위, 국토부, 중소벤처기업부, 조달청, 금융위원회 등에서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가지 제도에는 크게 다른 점이 있다. 운영주체와 선정하는 기업 수다. 하도급거래 모범 중소기업 선정은 공정위가 하고 매년 선정하는 기업이 많아야 10개 안쪽이다. 이에 반해 상호협력평가 우수업체는 종합건설기업들을 대변하는 대한건설협회가 서류접수, 평가 등 전반적인 평가업무를 총괄해 수행하고 선정업체도 매년 수가 2~3000개에 달한다.

즉 국토부가 아닌 건협이 소속 회원사들을 평가하고, 우수업체를 선정한다. 대한전문건설협회는 건협과 협의를 거쳐 협력업자의 하도급기성실적, 하도급대금 지급 금액 및 지급시기 등 일부 항목에 대해 확인하는 역할만 맡는다. 상호협력의 상대자인 하도급업체는 이 과정에서 원도급사가 얼마나 잘 해주는지 확인해주고, 가점을 위한 교육도 이수해줘야 하는 등 들러리로 활용될 뿐이다.

이처럼 제도운영의 편파성과 함께 결과의 타당성에 대한 의문도 제도가 도입된 1998년 이후 매년 제기되고 있다. 우선 올해만 종합건설업체 2511개가 최소 2점 이상의 가점을 받을 수 있게 될 정도로 변별력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어떤 해에는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이 진행되고 있는 18개사 가운데 16개사와 파산선고를 받은 1개 업체가 그해 우수업체에 포함되기도 해 타당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돌입한 종합업체의 협력업체는 공사대금의 상당부분을 강제변제 당하고, 관련 소송 등 분쟁을 겪었지만 이런 사실은 무시됐다.

전문건설업체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하는 건 협력업체 교육가점이다. 협력업체가 하도급법 관련 교육을 이수토록 지원하면 평가 시 가점을 주는데, 원도급사가 비용을 지불하며 교육을 받으라고 하니 교육을 받기는 하는데 교육을 주도하는 건 건협이라는 사실이다. 과연 이 교육이 원도급사 입장에서 이뤄질까? 하도급사 입장에서 이뤄질까? ‘종합에 의한, 종합을 위한, 종합만의 제도’라는 비아냥이 과하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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