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 36주년 특집 ‘전문건설, 기업승계 준비할 때다’ - 기업승계 애로점

원도급사 갑질에 정부 정책도 홀대
“자녀에 물려주고 싶지 않다” 75%
가지급금 상속공제 제외도 큰 부담

건설업의 대를 이은 기업승계는 일반적인 제조업보다 복잡하고 그 절차도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보다 대를 이은 기업이 적은 이유로는 건설업이 처한 여러 애로사항들이 지목된다.

◇타 사업 대비 기업 대물림 희망 적어…물려주고 싶은 환경 조성돼야=건설업의 특이한 점 중 하나로 대물림을 원하는 경우가 적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 업체를 운영하는 대표부터 자식 대로 물려주고 싶은 사업이 아니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고, 자녀들 역시 기업승계를 희망하는 경우가 적다.

대한전문건설신문이 지난 2017년 창간 30주년을 맞아 실시한 전문건설업 종사자 대상 설문조사를 보면 ‘전문건설업을 자녀에게 물려주거나 직장으로 추천해주고 싶은가’라는 설문에 75.4%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렇다’는 24.6%에 불과했다.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이유로는 어렵고, 복잡하고, 전망 없고, 스트레스 많고, 불공정하고, 갑(甲)질 심하고 등등 부정적인 측면이 주로 거론됐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2022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기업승계 과정에서 예상되는 어려움을 표시한 그래프. /자료=중기중앙회 제공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2022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기업승계 과정에서 예상되는 어려움을 표시한 그래프. /자료=중기중앙회 제공

그렇다면 2022년 이같은 마음에 변화가 있었을까? 업계에서 만난 업체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었다. 코로나 이후 원자잿값이 급등하는 등 세계 경제가 내리막을 걸으면서 사업환경이 더 나빠졌기 때문이다.

중기의 폐업에 대한 인식을 봐도 이같은 흐름은 잘 읽힌다.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기업승계를 하지 않을 경우 기업 경영변화에 대해 과반(52.6%)이 폐업을 선택했다. 특히 전문건설업의 경우 매년 2000여건 이상의 폐업률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경영 악화 등의 사유로 폐업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승계 포기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기업을 대물려 주고 싶은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원·하도급 불공정행위 해소 △정부 정책 홀대 개선 등을 요구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종 갑질이 난무하고 정부는 건설업을 정상 기업으로 인정해 주지도 않는 등의 어려움이 많다 보니 나 때는 모르겠지만 이 일을 아들에게까지 시켜야 하나? 하는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현 승계제도는 제조업 중심…건설업 맞춤 제도 절실=먼저, 제조업 등이 비교적 손쉽게 이용하는 각종 공제 등 세금혜택을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 중 하나는 업무자산과 무관하다 평가되는 가지급금이다. 건설업의 수주환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가지급금은 보통 일용직 근로자 임금, 현장소장 접대비, 리베이트, 각종 현장 비용 등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가지급금은 상속공제 금액에서 제외되는 사업무관자산비율에 포함된다. 따라서 다른 업종에 비해 건설업의 경우 승계 제도상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고용승계 부분에 대한 애로사항도 있다. 업체들은 가업상속공제를 활용해 최대 500억원 한도까지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선 사전요건과 사후요건(7년)을 반드시 충족시켜야 한다. 특히 이 중에서도 고용인원 유지 부분을 건설업은 지키기 힘들다.

간단히 설명해 7년간 기존 정규직 고용을 유지해야 하지만 일용직 근로자의 비율이 높은 건설업 특성은 상속공제제도의 사전요건과 사후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국세기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큰 폭의 제한을 받는다. 무엇보다 공사규모에 따라 운영 인원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해당 조건에 대한 부담이 크다.

윤병섭 교수는 “건설업은 특히 가족기업 경영자가 스스로 노력하는 만큼 정부도 성공적인 기업승계를 이룰 수 있도록 상속세 등 적절한 제도를 지원해 줄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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