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본지가 창간 36주년을 맞아 특집호를 준비하면서 주제를 ‘전문건설도 기업승계를 준비할 때다’로 잡아 제1618호(2022년 11월28일자)를 발간했다. 전문건설업 면허제도가 도입돼 시행에 들어간 때가 1981년 12월31일이니 40년이 지나 한세대가 훌쩍 넘었고, 단종면허 도입(1975년 12월31일) 기준으로는 50년에 육박하고 있으니 이제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해 이같은 주제를 택했다. 깊은 역사만큼 현실적으로도 전문건설사업자 약 5만명 가운데 대표의 연령분포가 70대 이상이 6.1%, 이들을 포함한 60대 이상이 35.5%를 차지해 ‘기업승계’는 아니더라도 ‘승계 준비’는 해야 할 시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의아하게 받아들이는 전문건설사업자들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직 일선에서 물러날 나이가 되지 않았고, 나이가 됐더라도 경영의지가 충만한데 벌써 세대교체를 준비하라니 너무 이르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대표의 3분의 1 이상이 고령화 시점에 접어든 전문건설업계가 지금 한 번쯤은 ‘이 사업이 대를 이어 물려주고 싶은 사업인가’, ‘승계를 한다면 언제부터 준비하는 게 적당할까’, ‘만약 자식이 맡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기술이 첨단화, 제조업화되는 이 시기에 현재 방식대로 사업을 이끌고 가는 게 맞을까’ 등을 고민해봐야 할 화두가 아닌가 싶다.

본지 취재결과 승계과정은 쉽지 않고 오래 걸린다는 것이 결론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해 발표한 ‘2022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도 경험자들이 밝힌 성공적 기업승계 준비기간은 ‘2~5년’이 37.4%로 가장 많았지만 ‘10년 이상’(31.4%)과 ‘6~9년’(28.2%) 등 장기간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높게 나타났다. ‘2년 미만’은 3.0%에 불과했다. 건설업종에 국한해서도 ‘2~5년’이 42.1%로 가장 많고 전체평균 대비 높았지만 ‘10년 이상’도 32.9%로 높게 나타났다. ‘6~9년’은 22.4%로 전체평균 대비 낮아 단기에 끝내거나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됐다.

본지가 지난 2017년 창간 30주년을 맞아 실시한 전문건설업 종사자 대상 설문조사에서 ‘전문건설업을 자녀에게 물려주거나 직장으로 추천해주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아니라는 응답률이 75.4%에 달했다. 5년이 지난 현재도 이 부정적인 답변이 낮아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 당시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든 어렵고, 전망 없고, 스트레스 많고, 불공정하고, 갑(甲)질 심한 직업이라는 이미지가 그다지 개선된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기중앙회 설문에서 주목된 것은 건설업체들이 가업승계를 결정한 이유로 ‘창업주의 기업가정신 계승을 통한 기업의 지속발전 추구’(42.9%)와 ‘선대에서 평생 일궈온 가업 유지에 대한 의무감과 책임감’(27.9%), ‘종업원 고용 유지 등 책임감’(14.3%) 순으로 꼽았는 것이다. 부정적인 직업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사명감과 책임감이 느껴지는 답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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