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백과사전에서 ‘치킨게임(Chicken Game)’은 ‘2대의 차량이 마주 보며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 1명이 방향을 틀어서 치킨, 즉 겁쟁이가 되거나 아니면 양쪽 모두 자멸하게 된다는 게임의 이름으로, 1950~70년대 미국과 소련 사이의 군비경쟁을 꼬집는 용어로 차용되면서 국제정치학 용어로 굳어졌다. 지금은 흔히 한 국가 안의 정치나 노사협상, 국제외교, 산업 등에서 상대의 양보를 기다리며 파국으로 끝나는 사례를 설명할 때 많이 사용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제로섬게임(Zero-Sum Game)은 ‘승자의 득점과 패자의 실점의 합이 0이 되는 게임으로, 내가 얻는 만큼 상대가 잃고 상대가 얻는 만큼 내가 잃는 승자독식의 게임이다. 무한경쟁 상황에서 패자는 모든 것을 잃고 절대강자만 이득을 독식하는 현상을 설명할 때에 종종 사용되며 치열한 대립과 경쟁을 야기하는 경향이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최근 전개되고 있는 화물노조 파업사태를 이 두 가지 용어가 가장 정확하게 규정하는 것 같아 이같이 장황하게 개념 설명을 언급했다. 노조는 파업에 돌입하고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데 이어 지난 5일부터는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이 화물연대 파업에 힘을 싣겠다며 동조파업에 들어갔고, 6일에는 민주노총이 ‘전국동시다발 총파업·총력투쟁대회’를 개최해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떨어진 파업 동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투쟁을 강도 높게 장기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부도 지지 않고 연일 제재 등 강경 대응방침을 밝히고 있어 파업사태가 이른 시일 내 종결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와 함께 최근 화물연대의 시멘트운송 집단거부 영향으로 일부 건설현장의 공사가 중단되는 등 파업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건설업계에서도 건설노조의 동조파업까지 벌어짐에 따라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환영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차원을 넘어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를 중심으로 보상을 요구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는 등 참전하는 양상이다. 건단련이 소속 회원사를 대상으로 피해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달 24일부터 13일째 이어진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지난 5일 기준 전국 115개 건설사의 1349개 현장 가운데 절반이 넘는 785개(58.2%)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집계돼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상황은 마주 보고 달리는 양쪽 가운데 한쪽이 겁쟁이(치킨)가 돼야 사태가 종결될 기미다. 하지만 이같은 한쪽의 완전 굴복은 파국이다. 해결에 장기간이 소요될 뿐이다. 그 전에 민주노총과 화물연대는 파업을 접고 일터로 복귀하고, 정부도 화물연대와 대화를 갖고 출구를 함께 모색하는 방법을 고민해볼 수는 없을까? 버틸 힘이 떨어져가는 6만5000개 건설업체뿐만 아니라 파업사태에 직간접 피해를 보며 지쳐가는 온 국민은 현재 ‘극적타결’을 기대하며 이런 질문을 던질 것이다. 겁쟁이라서가 아니라 전 국민의 피해를 줄이려 운전대를 먼저 돌리는 용기를 내주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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