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내년에 국내와 해외시장, 국내의 경우 민간과 공공부문 가운데 그 어디에 초점을 맞춰 기업은 역량을, 정부는 정책을 선택하고 집중할까? 연말연시가 다가오면 대부분의 건설 주체들이 특히 관심을 가지는 것은 정부의 선택 방향일 것이다. 정부가 정책이나 지원의 주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기업의 경영 방향은 크게 달라져야 하는데, 이는 건설업은 금융업 못지않게 정책 의존성이 강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이나 정부가 밝혀온 건설산업에 대한 정책방향은 ‘민간투자 강화’와 ‘해외건설 진출 활성화’, 이 두 가지로 귀결될 것이다. 비단 내년 한 해 만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 내내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윤 대통령의 해외건설 활성화에 대한 의지는 무엇보다 강하게 읽힌다. 지난 8월31일 부산항 신항에서 개최한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그의 해외 진출에 대한 강력한 의욕이 잘 나타났다. 윤 대통령이 밝힌 그 날의 일성은 “제2의 해외건설 붐을 위해 대통령으로서 외교를 통해 직접 발로 뛰겠다”였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 프로젝트에 대한 적극적이고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 표현이 그 의지를 실천하는 첫 행보가 아닐까 싶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부터 발 빠르게, 그리고 강력하게 해외건설 활성화를 위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정책드라이브를 걸 것이다. 이와 함께 내년에 국내 부동산시장의 냉각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건설기업들 입장에서도 더욱더 해외 진출을 통한 국내시장 침체의 돌파구 마련이 필요해질 것이다. 지금이 해외시장에 대한 관심과 대응책 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인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문건설기업에는 해외시장 진출이 ‘그들만의 리그’ 또는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커 보여 우려가 깊다. 해외시장에 대한 진출 의지를 갖기가 쉽지 않은 데다, 의지가 있더라도 하도급사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온갖 풍토가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본지가 최근 기획으로 2회에 걸쳐 보도한 ‘하도급사 무덤된 해외건설공사…계약단계부터 기울어진 운동장’ 기사에 이같은 사실이 잘 나타나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2월12일 현재 해외건설업 등록을 한 기업이 총 6409개사에 이르는 가운데 전문건설업이 2056개로 종합건설업(1710개)보다 많다. 해외건설 진출에 대해 전문건설업체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하지만 작년에 해외건설공사 실적 신고를 한 전문업체는 50여곳에 그쳤다. 높은 관심에 비해 실행하는 곳은 극소수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건설에서는 언어적 장벽으로 불공정 조항 설정이 많고 불공정행위가 더 대담하게 발생하는데도 소송이나 중재, 조정이 힘이 돼주질 못하니 ‘기울어진 운동장’, ‘하도급사의 무덤’이 돼 관심과 의지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놀고 싶어도, 등을 떠민다고 해도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고 바닥까지 가시와 오물투성이라면 꺼려지는 게 당연하다. 제대로 놀게 하려면 운동장부터 깨끗하게 하는 것이 정부의 할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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