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물가상승을 제외한 실질가격 기준(2015년) 2021년 건설투자액은 265조원으로 2017년 283조원에 비해 6.4% 줄었다. 같은 기간 설비투자가 6.6%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건설투자는 지난해보다 2.5~3.0%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건설투자가 올해보다 0.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오히려 0.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질가격으로 환산하면 내년에도 건설투자 감소세가 이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내년에는 금리 인상, 물가상승, 자산가치 하락, 소비와 투자 위축, 일자리 감소, 무역 보호주의 확산 등 경기 위축 요인들이 겹치면서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다. 건설산업은 경기 주도형이 아니라 경기 추종형이므로 경기 부진의 영향도 증폭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2022~2026년 국가재정운영계획에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실질적인 감소세를 나타낸다. 민생 회복을 위한 국내외 통화량 증가와 인플레이션 우려로 건설산업을 활용한 경기 부양책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국민소득은 개인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와 정부의 재정지출 및 순수출(수출-수입)에 의해 결정된다. 투자의 감소는 국민소득의 감소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2009년까지 우리나라의 건설투자 규모는 설비투자의 2배 이상 수준이었다. 지난 10년 동안에는 평균 1.6배이다. 건설투자가 국가 경제의 기반이 되는 총고정자본형성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규모가 크다고 중요도가 높다는 의미는 아니다. 양적 수준은 질적 수준과 병행해 고려해야 한다.

지식 정보와 사회문화에 대한 흡수력이 풍부한 청소년이 즐거워하는 학습이나 놀이 시간을 연장해주는 것만으로 아이에 대한 투자를 증대했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아이의 즐거움과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물리적 환경을 변혁하거나, 학습 또는 놀이 도구를 개량하거나 전문적인 교육(놀이) 기회를 새롭게 제공함으로써 시간과 노력과 방식의 총투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건설투자 규모의 증감에 희비의 감성을 집중적으로 표출할 시기는 지났다. 양적 수준을 보완하고 보강하고 확장할 질적 수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제7차 건설기술진흥기본계획이 내년부터 5년간 시행된다. 제6차 계획의 목표 대비 건설산업의 생산성은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평가된다. 직접적인 인과성을 입증하긴 어렵지만, 건설기술 투자의 부진이 미친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 공공부문에서 스마트 건설기술의 연구개발(R&D)과 빅 데이터 생성 및 응용은 크게 미진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제7차 계획에서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R&D 투자의 확대를 강조해야 하는 이유이다.

건설투자의 패러다임을 혁신해야 한다. 시설물의 규모나 디자인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의 유형을 바꾸고 생산성을 혁신시킬 수 있는 시설물을 창출하도록 투자의 방향과 목표가 달라져야 한다. 이를테면 탄소배출 제로의 석유화학 생산시설, 대기오염 배출 제로의 교통 물류 시설,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를 활용한 스마트 작업장 등을 구현하는 건설 R&D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 시공 단계의 스마트 현장은 물론 기획 단계에서부터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건설투자는 과감히 늘려야 한다. 스마트 건설투자 없이 청년층 건설업 유입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다.

투자는 산업의 핵심 영양소이다.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구도에서 투자 유치와 확대는 산업 경쟁력과 국가 경쟁력의 역동적인 동력으로 작용한다. 미국이 반도체법, 인플레이션감축법, 국방수권법 등을 통해 자국 내 투자 유치를 촉진(또는 압박)하고,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체계(CBAM), 공급망 실사 지침, 역외 보조금 규정, 배터리 규정 등 무역 이슈들을 쏟아내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들의 공통점은 ‘투자유치’이다. 미국과 EU 내 투자하라는 것이다. 투자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상품의 품질을 혁신하고 산업의 생태계를 바꾼다. 건설산업을 혁신하려면 투자의 질적 요소를 바꿔야 한다. 디지털 경제와 탄소중립 경제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건설투자의 넓이와 깊이를 확충해야 한다.

기업이 투자를 망설이거나 축소하는 것은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기업이 독자적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는 없다. 정부의 정책과 제도의 일관된 방향성 제시가 필요하다. 건설 시장과 산업의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건설투자에 옥매트의 온기를 확산하는 일이다.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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