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는 마음에 꿈과 희망이 깃들어야 하지만 올해는 아닌 것 같다. 1월2일 대통령이 참석한 2023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의 화두는 단연 ‘위기’였다.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위기, 경제 복합 위기, 영구적 위기의 시대 등의 단어가 화려한 신년회를 대신한 메시지를 채웠다.

걱정과 불안의 시대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복합위기다. 위기의 근원인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그 끝을 알기 어렵다.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이 평균 1%대 초반에 그친다. 최악의 경우 역성장까지 우려된다. 지난해 역대 최대를 기록한 무역수지 적자는 수출로 먹고 살아온 우리에게 다가온 심각한 경고 시그널이다.

외국에 가면 가끔 듣는 질문이 “전쟁 중인 나라에서 사는 게 괜찮으냐”이다. 그때야 번뜩 ‘아, 휴전 중이지’ 하지만, 웃으며 “아무렇지 않다”고 답하곤 했다. 이런 안일함이 정책 당국에도 배어 있는 것 같다. 반도체 정책의 오락가락도 그런 탓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새해 첫날 반도체 세제지원과 관련해 “(세액공제율이) 두 자릿수는 돼야 하지 않겠냐.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투자세액공제를 높여야겠다”고 했다.

어처구니가 없다. 국민의힘은 대기업의 세액공제율 20%(중견기업 25%, 중소기업 30%)를 제안했는데 더불어민주당이 재벌 감세라는 이유로 10%로 맞추자며 반대했다. 기획재정부는 한술 더 떠 법인세수가 2조7000억원 줄어들 것을 우려해 8%를 제시했는데 이 안이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버렸다.

경쟁국은 반도체 산업을 전방위로 지원하고 있다. 반도체는 손톱만 한 것부터 시작하지만, 이것들이 없으면 자동차도 달릴 수 없고 적국이 공격하는 미사일을 방어하는 레이더나 반격하는 무기도 만들 수 없다. 그야말로 국민 생활과 국가 존립의 문제와 직결된다. 무엇보다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며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의 하나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복합위기는 복합경쟁과 같은 말이다. 복합경쟁으로 올해 우리가 감수해야 할 리스크는 더욱 커질 것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보듯 복합경쟁의 시대엔 네 편 내 편이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대유행 사태 때 축적된 저축이 지난해 금리인상 기간 동안 미국이 상대적으로 경제를 잘 버틴 근간이 됐다. 그 예금이 거의 소진됐다고 한다. 현금이 없으면 소비가 죽고,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핵심이다.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23개 빅 뱅크(대형 금융기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0%에 해당하는 16개사가 미국이 올해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기회와 도전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하지만 정부가 제정신이 아니면 그냥 위기일 뿐이다. 우리처럼 경제 주도국이 아닌 중간 국가의 경우 그 위험이 더 커진다.

윤석열 정부가 집권 2년 차를 맞았다. 2년 차는 정권이 자신감을 갖고 가장 왕성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시기다. 정부가 중심을 잡고 국민 역량을 결집해 위기 타개의 실마리를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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