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빌라왕’ 때문에 시끄럽다. ‘빌라왕’은 악법이 낳은 자식이다. 그 악법은 바로 임대차 3법이다. 악법도 법이다. 소크라테스는 단지 청년들을 현혹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현혹’이란 말은 추상적이다. 임대차 3법은 청년들을 ‘현혹’했고 ‘파산’시켰다. 구체적이다. 그 법을 시행한 이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한국은 지금 포퓰리즘으로 물들어 있다. 언제부터인가 정책을 짤 때 실효성보다 인기를 먼저 따진다. 바른말을 하자면, 정책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이지 인기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포퓰리즘은 악법을 만들어낸다. 지난 정부 시절인 2020년 7월 문제의 임대차 3법이 시행됐다. 시장규제의 결정판이다. 그 법의 핵심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이다. 2년이었던 임대차 기간이 ‘2+2년’으로 연장됐고 임대료 인상률도 5%로 제한됐다. 전세대란이 경고됐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악법은 일관성이 없거나 스스로 모순된다. 임대료 인상을 제한했으면서 신규계약은 예외로 했다. 일관성이 없다.

시장 내 이상 징후가 없었을 리 없다. 전세가가 뛰자 전세 보증금만으로 집을 사들이는 ‘무갭투자’가 나타났다.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아지자 돈을 받고 집을 사는 ‘플러스 프리미엄 투자’까지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규제의 부작용이라고 말하는데 실은 부작용이 아니다. 지대추구 욕망이 거래 형태를 ‘변이’시킨 것이다. 그러한 거래들은 한국에만 존재한다. ‘변이’라는 증거다. 표준경제학에서 규제의 부작용은 비효율성과 그에 따른 자중손실이다. 분석해 보면 비효율성은 매우 ‘한심’한 것이지 매우 ‘위험’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변이’ 거래는 매우 위험하다. ‘변이’가 계속 ‘변이’를 일으키면 사기범죄로 수렴하기 때문이다. 전세보증 사고액이 몇 천억원대로 급등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전세사기엔 교섭게임 원리가 숨어 있다. 계약을 맺기 전엔 임차인 교섭력이 더 강하지만 한번 계약이 맺어지고 나면 임대인 교섭력이 훨씬 더 강해진다. 돈을 조금 빌리면 을이지만 ‘왕창’ 빌리면 갑이 되는 이유다. 돈을 돌려받을 쪽이 아쉽다. 돈을 돌려줄 쪽이 주지 않고 버티면 상대는 파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말에 ‘앉아서 주고 서서 받는다’고 했다. 교섭력 변화와 차이를 반영하다 ‘빌라왕 사태’ 피해자들은 서서도 못 받을 형편에 놓여 있다. 

정부 실패가 빚은 비극이다. 누군가의 손실이 다른 누군가에게 이득으로 돌아간다. 바로 빌라왕 사태의 본질이다. 반시장주의자들은 시장규제를 좋아한다. 하지만 시장을 규제한다고 인간 욕망까지 규제되진 않는다. 정책이 바뀌면 이윤추구 욕망이 더 강해질 수 있다. 신호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스스로 가난해지고 싶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자기 가족만 빼고 모두가 가난해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있다. 그 경우 방법은 하나다. 전략적 사고를 통해 자기 가족만 유리해지는 쪽으로 시장규제를 설계하면 된다. 정부 실패는 그렇게 나타난다. 나쁜 쪽으로 전략적 사고를 발휘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임대차 악법이 시행되기 바로 직전 ‘최후통첩’하듯 세입자들에게 전세금 인상을 통보했던 정치인들이 있다. 그들도 그 악법의 수혜자들로 볼 수 있다.

피해자 구제를 위해 세금을 쓰자는 목소리가 있다. 피해는 안타깝지만 그건 분명히 민간에서 발생한 자발적 계약이다. 일이 터질 때마다 세금을 쓰겠다는 생각은 위험천만하다. 세금이 아까워서가 아니다. 유인체계 때문이다. 임대차 계약은 자발적인 만큼 임차인도 리스크 회피를 위해 스스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유인체계가 붕괴되면 그 노력 자체가 사라진다. 그게 모럴 해저드이다. 그리고 세금지원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전세사기 말고도 사기범죄는 많다. 피해자들도 많다. 대형 사건은 세금을 써서 구제해주고 보통 사건은 피해자들이 알아서 하라는 격이다. 그것도 차별이다.

정공법이 필요하다. 세금을 쓰는 것보다 사기범들을 모두 붙잡아 보증금들을 되갚도록 ‘만드는’ 것이 맞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했다. 외양간을 고쳤다고 소를 안 찾아도 되는 것이다. 소는 보증금이고 외양간은 법률이다. 한국은 사기범에 너무 관대하다. 미국은 지옥까지 쫓아간다고 한다. 법률을 개정해 사기범 형량을 높이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범죄는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법은 도덕심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 유인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다. 일벌백계다. 시공간을 초월해 끝까지 쫓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세금을 쓰는 것은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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