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부터 부동산 규제 완화조치가 연달아 나왔다. 국회에서는 종부세율 인하와 공제확대안이 통과됐다. 특히 2주택자는 종부세율 중과가 완전폐지됐다. 지난 4일에는 서울 강남3구와 용산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이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됐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도 강남3구·용산구만 남겨놓고 전면 해제했다. 수도권은 최대 10년까지 적용됐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3년으로 대폭 축소됐다. 분양가와 관계없이 모든 분양주택의 중도금 대출도 허용됐다.

정부는 이런 조치에 대해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리가 있다. 하지만 우려는 있다. 연착륙을 유도하는 속도치고는 해제속도가 너무 빨라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6개월간 정부가 낸 조치들은 정말 많다. 정부는 전국에 걸쳐 있던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규제를 지난해 6월부터 약 6개월간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4번 열며 빠르게 해제했다. 앞서 종부세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내렸다. 민간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한 혜택도 부활시켰다.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도 재개했다. 빠르면 보름 뒤, 길면 한 달 뒤 연달아 대책들이 나왔다. 시장에서는 이미 “풀 수 있는 규제는 다 풀었다”는 말이 나온다. 남은 것은 2년 보유기간 완화와 대출규제 완화 정도인데 이것마저 풀면 사실상 부동산 부양책으로 전환되는 것이라고 시장 참가자들은 말한다. “투기의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이 전혀 아니다”라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과 달리 시장은 정부의 시그널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말이다.

부동산은 고가의 자산이어서 구매 결정이 주식처럼 빠를 수 없다. 몇 번을 숙고하고 또 숙고한 뒤 사야 하는 자산이다. 정책은 장기적인 예측이 가능하도록 서서히 바뀌어야 경제주체들이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급격한 정책전환으로 시장에 많은 혼란을 줬다. 조바심이 난 정부가 정책을 쏟아낼 때마다 기존 정책을 믿고 움직였던 주체들이 실망했다. 혜택을 크게 확대했다 거의 폐지해 버린 민간임대주택사업자제도가 대표적이었다. 결국 경제주체들은 정부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택했고,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은 정권에 대한 신뢰상실로 이어졌다. 경제주체들은 5년 뒤를 내다보며 정권교체를 택했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변화는 시장이 예상했던 방향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속도가 너무 빠르다면 이 역시 과유불급이 될 수 있다. 하반기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부동산 정책만 너무 빠르게 변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하나의 정책을 던진 뒤 조금 더 지켜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돌아보면 세계경제 흐름은 아무도 알 수 없다. 1년 전만 해도 이런 고금리가 현실이 될 거라고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금리는 또다시 꺼지고 있다. 연말까지 고금리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지만, 그 예측이 벗어날 때 부동산 시장이 입을 충격도 적지 않을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은 한번에 진로가 바뀌지 않는 항공모함과 같다는 말을 자주한다. 정책을 쓰더라도 시장에 나타나는 반응은 느리다. 하지만 일단 나타나면 또 되돌리기 힘들다. 지난 정부의 실패를 거울삼아 현 정부가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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