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부터 본지 논단 필진에 김병수 한국구매조달학회 회장이 함께한다. 김병수 회장은 현재 경북대 토목공학과 교수로 한국건설관리학회 이사, 국토교통부 공항개발기술심의위원을 맡고 있다. 또한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 설계심의분과위원, 한국도로공사 건설기술자문위원, 한국토지주택공사 기술평가위원 등을 역임했다. /편집자 주

2023년 SOC(사회기반시설) 예산은 도로 및 철도, 신공항 등에 대한 건설사업을 중심으로 총 25조원이 확정됐다. 이는 2022년 예산 28조원 대비 10.7% 감소한 수치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에서는 공공건설 시장 침체와 사회적 비용 확대 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SOC 예산은 2017년 22조1000억원, 2018년 19조원, 2019년 19조8000억원, 2020년 23조2000억원, 2021년 26조5000억원 등으로 19조~28조원의 범위에서 책정되고 있다. 정부 전체 예산의 5%도 안 되는 낮은 비중인 것이다.

1970~80년대 SOC 예산의 증가가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면 지금의 축소는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 경제가 한창 팽창하던 시절에는 도로, 항만 등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의 증가는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부 수도권을 제외하면 SOC 시설은 충분하다는 시각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정부의 SOC 예산 비중은 정부 전체 예산의5%를 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SOC 예산을 보다 합리적으로 잘 사용해야 한다. SOC 예산의 사용처는 신규 프로젝트, 진행 중인 프로젝트 그리고 운영 및 유지관리 분야다. 이 중 유지관리 분야에 필요한 예산은 SOC 시설물의 공용년수가 30년이상이 되는 시점부터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다. 국토교통부 시설물통합정보관리시스템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 SOC 시설물 중 공용년수 30년 이상인 시설물의 비중은 아직 20%대에 머물고 있지만 2030년이 되면 40% 이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에 따라 필요예산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시기가 곧 다가온다. 이러한 시점을 대비해 유지관리 예산계획을 미리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점진적 유지관리 예산으로는 불충분하다. 유지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끔찍한 붕괴사고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는 미국의 사례를 보면 명약관화하다. 미국은 공용년수가 30년 이상이 되면서 시설물의 붕괴사고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교량의 경우 설계 내구연수는 50년에서 100년 정도이다. 하지만 유지관리의정도, 활하중의 증가, 기상환경 등의 변수로 인해 내구연수 훨씬 이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공용년수 30년쯤에서부터 대대적인 유지보수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의 SOC 유지관리 비용이 2025년 3조원을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는 정부 SOC 예산의 12%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국가 전체로 보면 어떨까? 2030년 전체 시설물의 40%가 대대적인 유지관리비용을 필요로 한다면 반드시 문제가 될 것이다. 전체 SOC 예산은 더 늘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미리 예견해 건설업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시설물의 합리적인 유지관리를 위한 예산 마련을 건의하고 있으나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의 중대재해 발생으로 인한 전 국민적 불안감이 증가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지금부터라도 준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하지만 SOC 예산은 더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방안 중 하나는 유지관리비용을 최소화 내지는 최적화해서 관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유지관리비용을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는 기준은 있는가? 대답은 “없다”이다. 우리나라 건설시스템은 선진국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면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유지관리를 위한 예산산정의 한 분야인 생애주기비용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은 벤치마킹 대상이 아니었나 보다. 

필자는 이미 수년 전부터 생애주기비용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마련을 해야 한다고 국토부에 수차례 건의한 바 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NO”였다.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미래 비용을 추정한 후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것이었다.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기준이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SOC 시설물의 최적화를 위한 유지관리비 산정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예산은 이 기준에 따라 확보하고 집행해야 한다. 유지관리예산의 확보없이 SOC 시설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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