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말→2024년 6월→2025년 하반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도 개통 시점 변천사다. 국토교통부의 ‘2023 정부 업무보고’ 내용을 확인한 뒤 실망한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적기 개통’은 없었다.

GTX-A는 2018년 12월 형식적인 착공식만 했다. 이후 실제 첫 삽을 뜬 건 2019년 6월이었다. 당시 개통 목표는 2023년 말이었다. 하지만 공사 진척은 더뎠고 공정률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당시 철도업계에서 관측한 ‘2025년 말’이 국토교통부 공식 문서에 명시됐다.

대곡소사선(고양 대곡~부천 소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2016년 6월 착공한 이 노선은 당초 개통 시점이 2021년 8월이었다. 그런데 공사 진행 과정에서 한강 하저터널 굴착 구간의 지질 불량이라는 암초가 등장했다. 김포공항역 환승구간 설계변경 이슈도 있었다. 국토부는 결국 공사 지연을 이유로 개통 시점을 19개월 뒤로 미뤘다. 

그런데 이번 업무보고에서 대곡소사선 개통 시기는 다시 한번 연기됐다. 국토부는 이에 대한 한마디 부연 설명도 없이 ‘대곡소사선(’23.12)’이라는 한 단어로 갈음했다. 대곡소사선과 함께 올해 9월 개통 일정을 잡았던 지하철 8호선의 경우 ‘별내선(’24)’ 한 단어뿐이었다.

이와 같은 개통 지연 사례는 차고 넘친다. 최근 사례 중 하나가 김포도시철도 ‘골드라인’이다. 2014년 3월 착공 후 2018년 11월 개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실제 개통은 1년 후인 2019년 9월에 했다. 2008년부터 추진해온 위례신사선은 아직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제시한 개통 목표 달성 실패에 대해 책임지고 사과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정부 정책은 국민의 공감대와 신뢰에 힘입어 작동한다. 또 상당수 사람이 정부의 발표와 계획을 믿는다. 특히 교통망은 주민 생활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특정 교통망 개통 시점을 고려해 이사도 가고, 직장을 선택하기도 한다. 정부가 ‘공수표급’ 개통 시점을 남발하면, 그 피해를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희망고문을 방관해선 안 된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공사의 속도를 높이자는 게 아니다.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철도공사의 경우 시설사업기본계획에 명시된 공기 60개월 바꿔야 한다. 기술발전을 감안하더라도 주 52시간,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안전관리, 기타 산재사고 예방, 인건비 상승, 자잿값 인상, 인력부족 등 공기를 늘려야 할 이유는 많다. 충분한 사전 검토를 통해 적정한 공사비 산정과 함께 합리적인 개통 시점을 잡아야 한다. 여기엔 정치적인 이유도 개입해선 안 된다. 

기약 없는 기다림만큼 사람을 지치게 하는 건 없다. 정부가 공언한 교통망의 경우 더욱 그렇다. 오늘도 위례신도시 주민을 포함한 다양한 지역 주민들은 장시간 출퇴근 교통지옥 속에 살고 있다. 개통 시점이 연기될 때마다 절망하며 정부를 원망한다. 희망고문 방지를 위해 정부는 실현 가능한 사업계획과 개통 목표를 제시하기 위해 관련 체계 손질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신기루 같은 목표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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