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재정을 통한 공공 공사 계약이라면 모두 ‘국가계약법’에 따른다는 점에서 ‘국가계약법’은 우리 건설산업에서 차지하는 중요도가 매우 높은 대표적인 법령 중 하나이며, 지방자치단체 재정을 통한 공사의 근거가 되는 ‘지방계약법’ 역시 ‘국가계약법’에서 도출됐다는 점에서도 산업적으로 실질적 영향력을 미치는 중요한 논의의 대상이다.

학문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국가계약법’은 ‘공법상 계약’과 ‘사법상 계약’의 요소를 모두 지니고 있다. 특히 실무적으로 사법상 계약은 사법상의 법률효과가 발생하도록 복수의 당사자들이 의사표시를 합치시켜 성립하는 법률행위로 행정주체가 사인 간 대등한 위치에서 체결되는 계약이라면 사법상 계약으로 본다. 특히 국가계약법 제5조는 ‘계약은 상호 대등한 입장에서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체결돼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국가가 체결하는 계약은 사인 간 대등한 입장에서 체결되는 계약과 다를 바가 없는 사법상 계약이라는 것이 더욱 명확하게 간주되고 있고, 우리 법원도 일관되게 국가계약법상 계약은 사법상 계약이라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원래부터 국가와 사인 간의 계약이라는 것이 그렇게 대등한 것은 아니었다. 독일의 현대행정법의 창시자로 평가받는 오토마이어는 ‘국가는 국가의사의 일방적인 우월함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토대로 법주체로서 국가와 사인간은 불평등하다’고 했고 ‘국가는 사인과 불평등하므로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고 봤다. 물론 이 견해는 전통적 견해이며 현대화된 법체계로 발전하며 점차 헌법 효력에 의해 국가의 권한의 행사가 제한되고, 기본권에 기속돼 대등한 주체로서 변화됐다. 이런 전제에 따라 국가와 사인 간에 계약의 형성이 가능하도록 법리와 제도가 구비돼 현재 국가계약법의 토대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어찌하여 여전히 발주자를 제외한 건설산업의 참여 주체는 제도의 부당성에 대한 공감대가 포괄적으로 형성돼 있는 것일까. 국가와 사인 간의 법주체 불평등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바 처럼 헌법 효력에 따른 민주적 절차와 인간 기본권, 사유재산 등의 대한 권리로 보호받아야 할 필요성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는 스스로 이러한 점을 점차 간과해 국고주의적 관점에서 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가계약법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장기계속계약제도’는 국가 스스로 공사기간 연장 추가간접비와 관련해 총괄계약의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해왔고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 역시 총괄계약의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국가와 사인 간 계약의 전제로 헌법효력과 기본권에 대한 의미가 상실돼 버린 것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수년 내에 변경되길 기대하는 것은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사법적 논의의 한계가 있다면 입법적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장기계속계약의 법적 해석이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에 머물러야 한다면 개정 입법을 적극 논해야 하며, 논의 시 지나치게 국고주의적으로 치우쳐진 풍조를 개선해야 한다. 

이러한 법사학적 인식은 보다 성숙한 법치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며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국가계약법을 해석하고 개정하는데 있어 논의가 이뤄진다면 그 출발은 보다 성숙한 법치국가로 나아가는데 매우 의미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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