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로 국가통계가 시작됐던 1967년 개인소득 67달러로 세계 최빈국클럽에 속했었다. 필리핀은 물론 아르헨티나보다 훨씬 낮았을 정도로 가난했던 국가였다. 세계에서 한강의 기적으로 부를 만큼 한국경제는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다. 2018년 한국은 인구 5000만명, 국민개인소득 3만 달러인 ‘30-50’ 선진국 클럽에 가입하게 됐다. 전 세계에서 7번째 국가이고 세계 1차대전 이후 최초국가이기도 하다. 2021년 8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1961년 UNCTAD 창립 이후 한국이 최초로 선진국으로 공인된 첫 사례다.

2050년에 한국이 세계 제2위 경제력을 가진 국가가 될 것이라고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15년 전 발표해 국민을 심쿵하게 만들었다. 작년 말 골드만삭스가 한국의 경제 총생산액(GDP)이 2075년에 가면 현재 10위권에서 25위로 밀려나게 될 것이라는 어두운 보고서를 내놓아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었다. 세계 2위권에 오를 가장 큰 호재로 통일한국의 역동적 경제 활동을 기대했었다면 25위권으로의 추락은 ‘저출산·고령화’로 대변되는 인구생태계 변화를 주원인이라 지목했다. 이대로 가면 2075년 한국의 GDP가 필리핀보다 작아진다.

21세기 초반부터 인공지능, ICT 융합기술, 기계화·자동화, 전기·전자산업이 기존 산업생태계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제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 원격제어 등이 기존 기술과 산업생태계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변화의 크기와 방향이 한 곳으로 모아진다. 생산성 혁신의 역설로 일자리는 줄어든다. 인류는 역사를 통해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새로운 일을 만들어 왔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새로운 일 창조가 선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의 국력과 경제력의 가장 큰 아킬레스는 ‘저출산·고령화’다. 과거 20년 인구통계를 살펴보면 2018년을 기점으로 정체에서 감소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일할 수 있는 20대 인구는 과거 20년 동안 15%나 줄었다. 건설에 진입하는 신규인력 중 20대 감소가 총인구 감소보다 1.4배나 크다. 총인구 생태계에 빨간불이 켜졌다면 건설기술인력 생태계에는 빨간불보다 강한 경광등이 켜졌다. 한국건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혁신 대책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이 필요해진다는 결론이다.

새로운 기술이 새로운 일을 만든다. 미래를 예측하는 전문가그룹은 일자리보다 새로운 일 창조 방향을 걱정한다. 새로운 기술 개발을 서두르는 이유다. 한국에서 새로운 기술이 새로운 일을 만들어 내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법과 제도다. 한국건설은 규제 만능국가에서 어렵게 버티고 있다. 국내 법·제도는 완전 포지티브(postive, 최소허용규제) 방식이다. 새로운 기술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가 먼저 허용해야 한다. 영국이나 미국은 대표적인 네거티브(negative, 최소규제) 제도 국가다. 법·제도는 보편·평균에 눈높이를 맞춘다. 검증되지 않았거나 보편적이지 않은 기술을 구사하기 힘들다. 건설이 특히 강하다. 법·제도는 절대 기술의 발전 속도를 추월하지 못한다. 국내 건설은 언제나 이런 울타리 안에서 생존해왔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이라는 비전을 발표했다. 도약을 위해 시장은 글로벌, 산업과 기술은 디지털생태계, 경제 성장주도 주체는 민간세력임을 분명히 했다. 경제 도약을 위한 법·제도, 규제 혁파는 ‘1-in, 2-out’, 즉 신규 법을 만들려면 기존 법 2개를 폐지한다는 원칙을 정책 방향에 담았다. 과거 정부가 내세웠던 ‘대못 뽑기’, ‘손톱 밑 가시 제거’보다 훨씬 명료한 정책 방향이다. 

어둡게 전망되는 한국건설의 미래를 밝게 만들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민간단체가 한국건설의 미래 모습을 설계하고 미래 모습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정책과 제도 지원을 주문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주도해왔던 각종 산업혁신 정책에서 역으로 민간이 주도해 ‘선 설계 주도, 후 정책 지원’을 제안하는 접근이다.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이해한다면 민간단체가 침묵해서는 어두워지는 미래를 더 어둡게 만들어 버릴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금의 눈높이가 아닌 20~30년 후 청년세대의 눈높이에서 기대하는 한국건설의 새로운 모습의 설계를 기대해 본다. 과거와 현재를 즐긴 세대의 책임과 사명으로 인식해야 한다. 자신만이 살아남기 위한 접근 시대는 끝났다. 산업 자체가 생존 위협을 받는 시대다. 대담하고 길게 보는 눈이 필요하다.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학협력중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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