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의결(Consent Resolution)이라는 다소 생소한 제도가 하도급법에서 시행되고 있다. 동의의결은 경쟁법 사건에서 사업자가 스스로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그 시정방안의 타당성을 인정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를 말한다.

OECD 38개 가입국 중 30개국이 동의의결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2006년 정부가 기업환경 개선방안의 목적으로 도입을 검토했으나 대기업 봐주기라는 부정적 여론으로 무산된 바 있다.

이후 2011년 한·미 FTA 비준안 통과에 따라 공정거래법에 도입됐고 2014년 표시광고법, 2021년 대리점법, 2022년 하도급법 등에 순차적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2022년 기준 공정위 전체 소관 법률에서 동의의결제도가 개시된 건수는 약 20건에 불과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동의의결제도는 법률의 특성에 따라 달리 규율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법상의 내용과 동일하게 도입·운영되면서 실용성에 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건설하도급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하도급법상 불공정하도급 거래행위는 대부분 ‘하도급대금 미지급’ 사건으로 분쟁조정협의를 통해 신속한 해결(평균 49일)이 가능하나 동의의결제도를 활용할 경우 약 300일의 기간이 소요된다. 또한, 하도급법상 가장 강력한 제재는 입찰참가자격 제한이나 영업정지 등인데 이러한 조치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실제 2022년 동의의결을 신청한 ㄱ 종합건설 건을 살펴보면 미지급된 하도급대금 지급, 부당특약에 따른 손해배상 지급, 하도급법 교육 이수 수준에 불과하다. 만약 이대로 동의의결이 확정되면 ㄱ사의 하도급법 위반에 대한 제재는 이뤄지지 않는다.

동의의결제도는 법을 위반한 기업이 스스로 시정방안을 마련해 동의의결을 신청하고 공정위가 의견수렴을 거쳐 동의의결이 확정되면 더 이상 위법함을 따질 수 없다. 대기업 봐주기 제도라는 오명이 붙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동의의결제도는 IT 산업 가운데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기업결합, 부당한 광고행위 등의 분야에서 공정거래를 위한 집행수단에 적합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서 동의의결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에는 찬동할 수 없다. 오히려 각 법률의 특성에 따라 적합하게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건설하도급 분야는 하도급대금을 중심으로 분쟁조정협의제도를 통해 피해구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동 제도와 상충되는 내용의 동의의결제도 적용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

또한 동의의결이 위법성을 면책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법을 준수한 기업과의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징벌적 손해배상(법 제35조 제2항) 수준으로 시정방안을 마련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하도급법은 공정한 하도급거래질서 확립을 입법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제 시행되는 동의의결제도가 하도급법의 목적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시정(是正)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