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여간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이뤄진 각국의 유동성 완화 정책, 미국과 중국의 통상마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훼손은 세계 전반에 물가폭등, 금리 급등 등의 경제적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 이는 결국 세계 경기침체로 이어지며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에도 먹구름이 짙어지게 하고 있다.

국내외 요인으로 인한 경제침체 속에서 민간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공공사업 부문을 활용한 사례는 많다. 과거 미국의 뉴딜정책이나 한국의 IMF 외환위기 이후 공공이 선도해 IT 부문 성장의 한 부분을 담당한 김대중 정부의 전자정부 사업처럼 현재 연간 100조원에 달하는 우리 공공조달행정 분야의 재정정책적 역할과 과제를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공공사업의 신속한 진행이다. 국회와 예산 당국의 문턱을 넘은 공공인프라 사업의 발주 및 착공 시기를 획기적으로 앞당겨 재정이 시장에 신속히 온기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미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방역물품의 제조·공급이 공공계약법령에 대한 여러 특례 인정을 통해 신속히 공급됐던 사례처럼, 공공인프라 사업의 신속진행을 위한 방안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최근 원자재 가격, 노임단가 등의 상승에 따라 공공사업자 선정 절차에서 입찰참여율이 낮아지고 유찰로 이어지는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

다음으로 공공조달 분야에 활력을 제공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규제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광범위한 제재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고 있는 공공계약법 상 입찰참가자격제한 부정당제재의 정비와 대체적 분쟁해결제도인 ‘분쟁조정제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사안의 경중 및 위반횟수 등을 감안, 방어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한 시장 ‘참여제한’ 또는 사실상의 시장 ‘참여배제’를 우선시할 것이 아니라 ‘반성의 기회’를 통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또 하나 사회적 책임과 더불어 재정효율성과의 균형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공공시장의 구매 당사자인 공공기관에게 할당하고 있는 수많은 의무·우선 구매제도의 점검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여성·장애인·친환경 등 사회적책임 및 정책적 지원목적과 법적 근거가 다양한데다, 기존에 수립된 개별기관의 조달예산 범위에서 ‘의무’구매 사항만 계속 늘어나는 상황은 공공기관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정책구매가 필요한 경우 미국에서 연방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일부 이뤄지고 연방조달법령으로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과도 대비되는데, 궁극적으로 성과평가를 통해 우리의 기존 공공조달 우선구매제도에 대한 체계적 정비와 향후 개별 공공조달 의무구매제도 입법 확대에 대응한 합리적 관리체계의 수립이 필요하다.

한편, 공공시장에서 ‘가격’ 현실화에 관한 유연한 대응도 요구된다.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기존에 기획된 공공구매 및 사업 예산액과의 단가차이가 커진 상황으로 인해, 구매자인 공공기관과 물품·용역·시설공사 공급업체 간 ‘적정가격’에 대한 입장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 이는 공공사업의 지연과 분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공계약법령 상의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조정 요건을 완화해 적정 금액을 인정받기 용이하도록 정부 당국의 전향적인 제도 개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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