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경기의 침체로 건설기업은 국내보다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건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해외건설수주는 작년 기준으로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간 해외건설 수주는 2014년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차에 최근 3년 연속으로 300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고, 2025년에는 500억 달러 수주 목표가 제시되고 있기도 하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레온시티계획이 발표되고 이 사업과 관련한 사우디 정부와의 MOU 체결 등 정부의 발 빠른 해외 건설외교도 해외건설에 대한 건설업계의 관심을 크게 고조시켰다. 전통적으로 해외건설은 투자개발보다는 시공 중심의 수주에 기반한 시스템에 적합하도록 운영돼왔다. 이 결과 수주목표 달성이 해외건설의 정량적 성과로 제시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수주지원에 초점을 뒀다. 양적 성장에 초점을 둬 고부가가치의 창출이라는 질적 성장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러한 시공 중심의 수주구조로는 후발개도국과의 가격경쟁력 열위로 더 이상 안정적인 수주확보가 어려울 뿐 아니라 사업관리능력의 부족으로 수익성을 담보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더욱이 선진기업에 비해 금융조달, 기본설계, 건설사업관리(PM) 역량의 부족으로 이들 선진기업과의 경쟁우위 확보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세계 건설시장은 전통적 수주 중심의 시장에서 민간 및 정부의 투자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투자개발형 시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선진기업의 해외진출 패턴에서 잘 드러난다. 이들 선진국가의 해외기업 계약에서 투자개발형의 비중이 전체 계약액의 65~75%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 해외건설기업은 대부분 수주에 의존하고 투자개발형 해외 진출실적은 매우 미미한 실정이다. 개도국들은 자금 및 금융조달능력의 부족으로 사업자로 하여금 금융조달을 요구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해외건설사업에 있어서 금융조달능력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투자개발형(PPP, PF 등)의 부진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그간 우리 해외건설기업의 경우 EPC(설계·조달·시공) 수주 중심의 진출과 이에 초점을 둔 정부의 지원정책도 그중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외교적 지원도 구체적인 사업이 무르익는 입찰 이전에 집중되다 보니 후속 사업화 연계가 이뤄지지 못했다. 민간기업과 인프라 공기업 간 동반 진출의 필요성은 있었으나, 경쟁력을 갖춘 인프라 공기업의 역량 활용 및 범국가적 협력은 부족한 실정이었다. 기획, 타당성조사, 금융조달과 설계 및 시공, 유지운영이 결합된 형태의 해외진출은 기존 수주방식의 진출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 시공 분야 단순 도급 중심의 해외인프라 시장 진출은 한계상황에 대응하고, 투자개발형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해 민간기업, 공기업, 정부가 동반 진출하는 전략적 해외진출 민관협력모델을 도입했다. 또 정보, 금융 등 기업 자체로 경쟁력 확보가 힘든 부분을 적극 지원해 장기적으로 해외진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발굴, 개발·금융지원 등 투자개발사업(PPP) 전단계를 지원할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를 설립해 보다 체계적으로 해외사업 투자개발사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PPP 사업에 필요한 각 분야의 역량을 연계하는 코디네이터 역할과 사업구체화, 지분 투자 등을 통한 디벨로퍼 역할에는 아직도 미흡한 실정이다.

아울러 팀 코리아 등 선단식 대규모 해외투자개발사업은 대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해외 수주에서 대기업의 수주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중소기업의 진출실적은 이에 비해 매우 미흡하다. 중소건설기업의 수주경쟁력 확보와 투자개발사업 지원을 위해 기술개발과 연계된 해외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육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중소규모의 해외수주 및 투자개발사업에 적합한 중소 중견 해외건설기업을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게 지원하기 위해서는 지원시스템의 현지화가 필수적이다. 부처, 국가로 분절돼 있는 지원센터를 통합해 현지에서의 맞춤형 컨설팅과 사업발굴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수주 및 투자개발형 사업에서도 고수익-고부가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인식되는 건설엔지니어링 분야의 기술경쟁력 확보가 관건이다. 기본설계(핵심라이센스 기술) 능력과 프로젝트 사전기획능력(FEED, Front-End Engineering and Design)은 선진기업이 주도한다. 시급히 이 분야의 기술능력 향상이 요구된다. 아울러 PM 능력, 리스크관리능력, 금융조달능력, 해외건설전문 투자운용인력 양성은 선진국에 비해 취약하다. 이 부분의 능력 향상을 위한 특단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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