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하던 미국의 물가상승률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2월14일 발표된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6.4%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대비로는 0.5% 상승이다. 12월 물가상승률이 전월과 비교해 크게 완화된 것과 달리 둔화 속도가 느려졌다고 한다.

미 언론들은 이날 발표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오래 고착화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 분석하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 보도했다.

연준은 이달 초 기준금리를 연 4.50∼4.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종전 네 차례 ‘자이언트’(0.75%포인트 인상), 한 차례 ‘빅’(0.5%포인트 인상) 스텝에서 ‘베이비스텝’으로 속도 조절에 나선 결정이었다.

또 당시 시장에서는 연준이 3월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마무리하고 하반기 중 금리 인하로 전환할 가능성을 기대했다. 하지만 1월 물가가 전망보다 높게 나오면서 이제는 연준이 최소 한 차례 이상 추가로 금리를 인상하는 게 유력하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 모양새다.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우리 일이다.

현재 두 나라 간 금리 차는 최대 1.25%포인트다. 월가에서는 연준의 최종금리가 연 5∼5.25% 사이에서 형성될 것이라 보고 있다. 조만간 한국과의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인 1.5%포인트를 넘어설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가뜩이나 무역수지 적자와 경기침체 가속화 해법을 찾지 못해 난리인 나라에서 미국과의 금리 역전 현상까지 장기화하면 상황이 심각해진다. 비싼 이자를 찾아 해외자본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급락할 수 있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추가 금리 인상을 해야 하고, 그 고통은 서민층에 집중된다.

가파르게 뛴 물가는 엎친 데 덮친 꼴이다. 1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5.2% 올라 상승 폭이 3개월 만에 확대됐다. 생활물가는 6.1%나 뛰었다. 전기·가스·수도 값이 30% 가까이 폭등한 탓이다. 교통 등 공공요금 줄인상도 예고돼 있어 물가 불안은 가중될 게 뻔하다.

금리 인상을 피할 수 없다면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다. 정부가 2월15일 공공요금, 에너지요금, 통신비용, 금융비용 등 국민 생활 직결 4대 민생분야 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한 것이 이를 위해서다. 금리·물가인상 부작용 충격을 다소 완화하려는 시도인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유류세 인하 등 여러 대책을 통해 국민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 했지만 가파른 금리 상승 여파로 취약계층과 서민층 어려움이 여전하다.

정부와 민간 영역에서 골고루 고통을 분담하려는 시도가 주목된다. 미국은 사실상의 완전고용과 급여인상 등으로 탄탄한 노동시장을 유지하고 있어 물가 상승분 상쇄가 일정 부분 가능하다. 우리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고통분담에 동참해야 한다.

과감하게 중산층에게까지 난방비 지원 등을 통해 가계 체력을 키우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다. 부족한 재원은 세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예전 정부에서 한여름 폭염에 급등한 냉방비 일부를 전 가구를 대상으로 지원했던 사례를 참고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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