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부동산 규제 완화를 위해 나섰지만 결과는 미덥지 못하다. 내놓은 법안마다 국회에 막혀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경쟁적으로 주택시장 안정화 관련 법안을 쏟아냈지만, 국회에서 대부분 계류되고 있다. 실제로 국회에서 먼지만 덮어쓰고 있는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완화안’이 막혀 있다. 지난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관련 내용을 담은 지방세법 개정안이 논의됐으나 더불어민주당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고 보류됐다.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는 2020년 8월 집값 급등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도입됐다. 조정대상지역의 2주택자는 8%, 3주택자는 12%(조정대상지역 밖은 8%)라는 고율의 취득세는 주택 매매수요를 크게 떨어뜨렸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과 같은 집값 하락기에는 이 법이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2주택자에게는 1주택자와 같은 1~3%의 세율을 적용하고, 3주택자부터는 중과세율을 절반으로 낮추자고 했다. 시장 정상화를 위해선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민주당은 3주택 이상 보유자와 법인에 대한 중과세율 체계를 현행대로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2주택자 취득세도 2~4%로 중과세율을 일부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2020년 도입한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세율 체계를 사실상 그대로 지속하겠다는 얘기다.

정비사업에서 가장 큰 규제로 알려진 재건축 안전진단 및 초과이익환수제 관련 개정 법안도 비슷한 상황이다. 국토위 여당 간사인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1월 해당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야 대치로 최근까지 관련 논의가 단 한 번도 이뤄지지 못했다. 그나마 국토위가 최근 전체회의를 열고 재초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상정해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겼지만 다수당인 민주당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야당 측에선 ‘재건축 조합원에게 과도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 아니냐’며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임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가장 몰렸던 분야가 정비사업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정비사업 관련 법안이 논의되는 것 자체가 터부시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현 정부 출범일인 지난해 5월10일 이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이 처리된 것은 단 1건뿐이다. 그마저도 지난 2021년 발의된 법안들로 수주비리 처벌 강화 등 조합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 주요 골자로 규제 완화와는 관련이 없었다.

여야 정치권에서 나라 곳간을 풀자는 법안을 잇달아 발의 중이다. 야당은 진작부터 3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주장하고 있고, 여당 일각에서도 추경과 함께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전체 국민의 61%에 해당하는 중산층까지 난방비를 지원하자고 한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올수록 선심성 공약은 더욱 쏟아질 것이다. 하지만 국회는 정작 부동산 관련 법안은 들여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하다. 부동산은 국민의 재산과 거주권리와 직결되는 대표적인 민생 이슈다. 주택 공급과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치 싸움이 아니라 대승적인 차원에서 부동산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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