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월이다. 봄이 왔다. 그런데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는 언제쯤 봄이 올 것인가? 통상 실물경제와 부동산 시장은 역(逆)의 관계를 가진다. 왜냐하면 실물 경제는 일정한 사이클을 가지는데, 경기가 하강하거나 침체하는 국면에 진입할 경우 정부는 확장적이고 팽창적인 경기역행적 대응에 나서기 때문이다. 즉 불황 국면에서는 가계의 소득 그리고 기업의 이익이 감소하기에, 정부는 경제 활력이 과도하게 약화되는 것을 막고 취약계층과 한계기업이 불황을 버틸 수 있도록 재정을 풀고 금리를 낮추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역설적이다. 올해 실물 경기는 위축이 예고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작년 2.6%에서 올해에는 1%대 중후반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일부 닥터 둠(Dr. Doom)들은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지면서 0%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까지 전망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이 통화정책을 정상적인 방향으로 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이 상황은 부동산 시장에는 치명적이다. 최근 시장금리가 다소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미 연준의 최종금리가 어느 수준일지 몰라 금리의 변동성은 위로도 아래로도 모두 열려 있을 정도로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다.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는 고금리로 부동산 시장에 큰 훈풍이 불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매매시장에서 사실 자기 현금만을 가지고 부동산을 구입하는 매수자는 거의 없다. 일정 부분 금융시장에서 차입이 필요하다. 그런데 금리가 너무 높다. 따라서 시장 수요는 침체될 수밖에 없다. 건설시장의 공급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부동산 개발은 대규모의 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파이낸싱이 불가피하다. 시행사나 시공사도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고금리 차입은 경영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시장의 공급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올해 내내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어 있을 것인가? 상황은 더 지켜봐야겠지만 하반기는 지금보다 나아져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몇 가지 근거를 이야기해 본다면, 첫째, 가장 중요한 금리 요인이다. 어찌 됐건 미국이나 한국이나 정책금리의 상단은 올해 상반기 중 결정될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는 국면인 디스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와 우리 정책금리인 기준금리의 최고치는 곧 결정된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정책금리가 최고치를 기록하고 금리를 인하하지 않더라도 예외 없이 시장금리는 먼저 떨어진다.

둘째, 건축 경기 선행지표의 디커플링을 들 수 있다. 건축 경기가 앞으로 악화될 것이라면 최근의 높은 건축허가면적 수준을 설명할 수 없다. 2022년 연간 건축허가면적은 181.6㎢로 단군 이래 최대치인 2015년(189.8㎢) 다음으로 높다. 물론 허가가 다 착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실제 최근 착공률도 낮아져 있다. 그러나 이를 다 감안해도 작년의 사상 두 번째 수준의 허가면적은 무시할 수 없다.

셋째, 경기 요인이다. 올해 한국 경제의 특징은 수출과 내수가 동반 침체하는 복합불황이다. 즉 성장 동력이 없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은 치명적이다. 정부도 알고 있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다양한 규제 완화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시장이 더 얼어붙는다면 추가적인 대책으로 연착륙을 도모할 것이다. 더구나 하반기에는 2024년 4월에 있을 총선 정국으로 들어간다. 과거 외환위기를 제외하고 경제 이슈가 선거를 좌우했던 경우는 많지 않지만, 성장률이 0%대로 내려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어떻게 해서든지 심각한 불황을 피하려 할 것이고, 가장 만만한 카드는 부동산 시장을 띄우는 것이다. 

시장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순간에 방향을 틀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참가자들의 심리일 것이고, 이들이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다는 확신이 들 때 변화가 생긴다. 그런데 이미 변화의 조짐은 관찰되고 있다. 가계든 기업이든 오늘은 이 소리에 내일은 저 소리에 현혹되지 말고 자신을 믿어야 한다.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려 부단히 노력하고 그래서 확신이 섰으면, 누가 뭐래도 거기에 맞춰 전략을 마련해 먼저 움직여야 이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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