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 대출 중에서도 가장 약한 고리인 ‘브릿지론(Bridge Loan)’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부동산 PF 사업장의 근본적 위험으로 고금리의 브릿지론이 건설·시행사업장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브릿지론은 문자 그대로 다리(Bridge)가 되는 대출(Loan)로, 긴급 자금이 필요한 때 단기 차입 등을 통해 일시적으로 자금을 대출하는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일반 대출보다 이율이 훨씬 높고, 별도 수수료가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 건설 및 금융업계의 화제가 된 것이 대우건설의 울산 동구 주상복합 개발사업(아파트 480가구와 상가 등) 포기다. 브릿지론 상황에서 부동산 PF 사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시행사가 브릿지론으로 증권사와 캐피탈사에서 조달한 1000억원 중 440억원을 상환하고. 시공권을 반납했다. 자사가 보증한 브릿지론에 대해 자체 자금으로 갚은 것이다. 대형 건설사가 미분양을 우려해 보증 금액만큼 물어주고 사업에서 손을 뗀 것이다. 대우건설의 브릿지론 상환은 건설 시장에서 부동산 PF 사업장의 위기를 잘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브릿지론 위기는 3월 들어서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에 시중은행이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KB금융그룹이 5000억원 규모의 부채담보부증권을 발행해 건설사들의 부동산 PF 사업 유동성 지원에 나선 것이다. 금융업계에서는 2022년 9월 기준 증권사의 브릿지론이 8조2000억원을 넘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건설산업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브릿지론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브릿지론은 이자 수수료 등이 많기 때문에 대출 기간 내에 리파이낸싱(Refinancing·자금 재조달, 일반 PF대출로 전환)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도 국내외 경기가 침체되고 부동산 경기가 냉각하면서 PF대출로의 전환이 쉽지 않은 것이 문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브릿지론이 건설산업 전체를 위기로 몰고 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브릿지론을 이용한 회사가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 돈을 빌려준 금융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고 최악의 경우 연쇄도산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많은 건설·시행사들이 금리가 높은 브릿지론을 정상적인 금리가 책정된 일반 PF대출로 전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건설·시행사들 자체적으로 브릿지론을 해결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이에 따라 브릿지론발 부동산 PF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정책 지원이 필수다. 고금리 단기 자금(브릿지론 등)의 저금리 전환은 물론 일시적 유동성 해소를 위한 정책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부동산 산업의 리스크가 더 이상 확대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금융업계도 적극 나서야 한다. 우선 KB금융그룹처럼 부채담보부증권을 발행해 건설사들의 부동산 PF 사업 유동성 지원에 나서야 한다. PF 사업장 부실 억제를 위한 추가적 유동성 자금을 공급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브릿지론발 부동산 PF 위기가 경제 위기로 가는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건설산업 위기가 확산하기 전에 부실채권(NPL·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준 후 원금과 이자를 3개월 이상 회수하지 못한 채권) 펀드 조성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브릿지론발 위기의 선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금융업계의 과감한 지원대책이 절실한 상태다. 건설업계도 최근 10여 년 만에 부활한 금융권 자율의 사업장 정상화 지원 기구인 ‘대주단협의체’에 참여해 브릿지론발 부동산 PF 위기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