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일산대교 통행료를 지역주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지자체장 선언에 깜짝 놀랐다. 일산대교는 민간자본인 국민연금 운영 도로이고, 나머지 한강교량은 세금 운용도로다. 국민연금 혜택을 누리고 있는 세대가 연금지급 여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법을 생명같이 중히 여기는 법조인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국가재정여력을 제대로 이해하면 민자도로 운영권 박탈을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지난 2012년 8월17일 조찬에서 서울시장에 당선되셨던 변호사 출신의 고(故) 박원순 시장께 비슷한 질문을 했었다. 당시 박 시장이 지하철 9호선 운임요금을 재정지하철과 같은 수준으로 인하하겠다 공언했었다. 민간운영사는 반발했다. 서울시가 요금인하를 강제하는 것은 계약위반인데 해외자본투자가 끊길 위험이 높음을 주장했다. 고인은 당시 서울시가 더 이상 민자철도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공언까지 했다. 몇 년 후 서울시에 몇 개 노선의 민간철도가 생겨났다. 겉으로 보는 것과 속을 보는 것이 다름을 이해했기 때문으로 해석했었다. 이 상태라면 민간자본을 활용해 창의적인 시장 창출을 유도하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겠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연금공단이 투자한 일산대교의 운영권을 빼앗아 상시 통행, 정확하게는 일산과 김포주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단체장이 주장하는 당시 연금가입자는 2200만명이었다. 일산대교를 상시 이용하는 차량은 일일 약 7만5000대였다. 7만5000명을 위해 2200만 명의 연금대상자가 피해를 보는 것은 기울어진 저울이다. 연금공단이 약정한 30년 운영권을 일방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계약위반이라 배웠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받은 발주 및 계약관리 교육 내용과 너무 차이가 났다. 일본에서 10년간 지속됐던 국제발주제도 국제컨퍼런스에서도 국내 민간투자사업 관련 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대부분의 발제자 의견이었음을 확인했었다. 필자가 영국 발제자에게 국제표준화기구(ISO) 건설표준계약에 민간투자사업을 발주방식에 포함하도록 몇 차례 요청했었다. 그 결과 현재 초안이 마련중에 있다. 

단체장이 과감하게 계약해지를 언급한 배경은 법적으로 문제 될 소지가 없기 때문으로 해석했었다. 필자가 교육받은 지식으로는 서명된 계약조건은 법보다 우선이라 배웠다. 법은 국가 간에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제사법재판소에는 계약서가 심판대에 오를 수 있다. 계약서 내용이 애매해 손실이 해석에 따라 갈릴 경우 약자에게 유리하도록 하는 것이 선진국의 관례이자 공정하다는 걸로 배웠다. 계약서가 일방이 아닌 쌍방합의하에 이뤄진다는 사실은 서명 직전까지 쌍방이 다양한 검토와 협상을 충분히 하는 이유가 있다. 계약에 대해 배운 지식과 단체장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내용이 너무 달라 몇 가지 사족을 붙여 법조인에게 질문하고자 한다.

민자도로는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운임요금을 지불하는 도로다. 민자도로는 유일한 도로가 아닌 대체도로다. 일산대교를 왕복하면 37km, 40분이 절감된다. 편리성과 경제성을 포기하면 세금 다리를 이용해도 된다. 7만5000명의 편익을 위해 2200만명의 연금에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가? 교통인프라 확충이나 개선에 더 이상 외국자본은 물론 국내 민간자본을 활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국가부채가 1000조를 넘겼다. 국가재정 여력 부족이 심화되는 것이다. 사용 중인 도시인프라의 노후화 속도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와 있다. 방치할 수 없는 현실이다. 수익성이 불확실하고 계약마저 법을 빌미로 언제든 폐기될 수 있다고 해도 민간이 투자할 것으로 믿는 것인지? 인천대교와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는 인재터널의 운영권도 박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들었다. 모든 민자투자 시설의 운영권을 정부가 인수하는 것이 사회정의이며 공정한 거래인지? 일산대교 무료 통행 시 국민연금의 기대이익을 해당 지자체 재정으로 보전해주는 것이 계약의 신의를 지키는 것인지?

국내 교통인프라 투자를 재정으로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고 믿고 있는지? 새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준칙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게 비정상인가? 기획재정부의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은 글로벌 시장과 호환성이 충분하다고 믿고 있는지? 

국가재정 여력 문제다. 정부 정책은 경제 성장 도약을 위해 민간주도와 민간자본 활용 극대화다. 재정여력 부족을 민간자본 활용으로 보완하는 정책에 문제가 없는지? 노후 인프라를 방치해도 좋을 만큼 안전하지 않아 민간자본 활용은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학협력중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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