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평균 18.61% 떨어졌다. 역대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집값이 떨어졌으니 공시가격도 떨어질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더 큰 하락이다. 부동산 시장도 놀라는 눈치다. 시장에서는 15% 내외로 공시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고 한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를 보면 지난해 집값은 16.84% 떨어졌다.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보다 더 떨어진 것은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지난해 71.5%에서 올해 69.0%로 낮췄다.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가격 자체가 하락했고 이에 더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춘 것도 추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산출한 보유세는 더 떨어졌다. 시뮬레이션 해보니 보유세는 지난해보다 30%가량 낮아졌다. 고가 다주택자의 경우는 70%까지 보유세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 하락과 더불어 종합부동산세 공제액을 올리고, 다주택자 종부세율을 내리고, 중과를 폐지하는 등 적극적인 감세 조치가 이뤄졌기 떄문이다. 

집값이 올라가면 보유세를 많이 내고, 집값이 내려가면 보유세를 적게 내는 게 맞다. 경제주체들로서는 그래야 예측 가능성이 생긴다. 그런데 정부의 개입으로 세금이 시장변동폭보다 훨씬 크게 들쑥날쑥 한다면 문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집값 상승기에 보유세 현실화를 추진한 것이 원인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리는데 집값이 예상 밖에 큰 폭으로 뛰어버렸다. 집값을 잡는다고 고가 주택과 다주택에 대한 종부세율을 올렸더니 보유세가 ‘따블’에 ‘따따블’이 됐다.

부동산에 화난 민심을 업고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보유세 현실화를 내건 것은 당연했다. 문제는 역대급 집값 하락기에 적극적인 감세에 나선 점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낮추고 종부세율도 내리다보니 세금 감면폭이 생각보다 커졌다. 당초 정부는 2020년 수준으로 보유세를 낮추겠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20%가 더 적게 나올 전망이다. 이렇게 보유세가 대폭 삭감되다보니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영구화될 것이라 믿기 어렵게 됐다. 당장 세수가 과도하게 줄었다는 말이 나오자 다시 보유세를 올릴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지난해 60%로 낮췄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다시 80%로 올리는 것이 먼저 검토된다. 

지난해 이뤄진 소득세, 법인세 감세에다 올해는 K칩스법 감세까지 이뤄진다. 세수는 이미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 1월 기준 국세수입 진도율(올해 세수 목표 대비 징수 금액)은 2005년 이후 18년 만에 가장 낮다. 반면 정부 출범 2년차를 맞아 이행해야 할 공약은 많아졌다. 아동수당을 더 줘야 하고 군인 월급도 올려야 한다.

세금이 징벌적으로 느껴지거나 반대로 수혜로 느껴져서는 곤란하다.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한다면 조세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부동산 보유세가 딱 그렇다. 너무 많이 올랐다가 너무 많이 떨어진다. 금리와 경기, 인구구조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부동산 가격을 통제할 수 없는 변수라고 본다면 정부는 상황에 맞게 정책을 조정하는 것이 옳아 보인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철학이 어떤 정상화에 맞춰져 있든 세금은 점진적으로 올라가거나 내려가야 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 특정 정부의 징벌이거나 시혜여서는 더더욱 곤란하다. 보유세는 단지 부동산 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다. 크게는 조세정책, 더 크게는 정부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와도 연결된다. 2023년 공시가격 발표가 남긴 뒷맛은 그래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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