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임기를 마친 윤석열 정부의 경제 성적표에 위기 징후가 넘친다. 한국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 -0.4%로 2년 6개월 만에 역성장했고 올 1분기엔 0.3% 성장에 그쳤다. 물가와 실업률을 더한 경제고통지수는 지난 1월 8.8로 동월 기준 24년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무역적자는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외환시장도 요동친다.

한국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라 더 불안하다. 5월 초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또 0.25%포인트(p) 올렸다. 5.00∼5.25%인 미국 기준금리는 10회 연속 인상도 모자라 한국(3.50%)과의 격차를 1.75%p(상단기준)까지 벌렸다. 닷컴 버블 시절인 1996년 6월∼2001년 3월 사이 1.50%p 차이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 금리 차다.

5월25일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다. 금융통화위원들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앞서 두 차례 연속 금리 동결로 경기 활성화에 힘을 실어줬지만 아직 경험하지 못한 사상 최대 한·미 간 금리 격차를 계속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경제의 근력이 탄탄한지가 관건이다.

큰 한·미 간 금리 차는 수입 물가를 상승시켜 무역수지 악화를 부른다. 가뜩이나 반도체 산업 등의 위축으로 수출도 고전 중인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폭을 2월 전망치(275억 달러)보다 100억 달러 넘게 축소한 160억 달러로 예상했다.

강제 동결해 온 전기·가스 등의 인상도 물가를 자극할 게 분명하다. 전기요금이 5월16일부터 킬로와트시(kWh)당 8원 인상됐다. 도시가스 요금은 메가줄(MJ)당 1.04원 올랐다. 3월 말에 진즉 해야 했을 요금 인상 결정이 늦춰지면서 전력 사용이 치솟는 여름철을 앞두고 3분기(7∼9월) 요금 결정 시기까지 임박한 것도 부담이다.

윤석열 정부 1년의 최대 성과는 외교다. 신통치 않았던 한·미 동맹을 다시 반석에 올리고 있고 꽉 막혔던 한·일 관계도 개선의 물꼬가 트였다. 그런데 이런 성과는 치적으로 홍보하기는 좋지만, 국민 생활과 와닿지 않는다. 오히려 경제 쪽에선 영 시원치 않다는 게 국민 전반의 감정일 듯하다.

한·미동맹이 강화되면서 경제·안보동맹에도 힘이 실린 것은 좋은 점이다. 그런데 미국의 반도체 과학법에서 보조금 지급 때 적시한 기술정보 공유와 초과이익 공유 등 한국 쪽에서 보면 독소조항이 문제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서 논란을 빚은 국산 전기차 차별도 달라진 게 없다. 친미·친일 행보가 중국의 반발을 불러 화를 키울 수도 있다. 5년 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때처럼 고강도 경제보복이 현실화하지 말란 법이 없다.

다시 강조하지만 외교 성과는 당장 국민 삶을 바꾸지 못한다. 경제 성과가 반드시 함께 와야 하고, 먼저 오면 더 좋다. 한국 투자로 일자리가 늘었다는 미국이 그렇게 하고 있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 대통령이 늘 염두에 둬야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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