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 전문법관 왜 필요한가

감정 내용 따라 판결 달라져
전문법관은 정확한 파악 가능
앞으로 전문법관 수 더 늘면
하도급자 억울한 피해 줄듯

복잡한 건설 사건 해결을 위한 전문법관 제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확대 실시된다. 제도 자체가 시범사업 수준인 만큼 업계에서 아직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단계지만 장기적으로 전문성 높은 판사들이 필요하다는 인식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건설 분야 전문법관제도에 대해 알아봤다.

◇전문법관제도란?=전문법관은 사건 해결에 전문지식과 경험을 상당한 정도로 필요로 하는 특정 분야에 대해 법관의 전문성을 가지고, 비교적 장기간 해당 분야 사건을 전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정식 전문법관은 가사·소년 사건 분야에서만 시행 중이다. 가사·소년 전문법관은 2005년 법관 정기인사 때부터 실시돼 현직 법관 가운데 선발하고, 일반적인 순환근무 패턴과 달리 가정법원에서 비교적 장기간 가사소년 사건의 재판을 담당하고 있다.

◇걸음마 뗀 ‘건설 전문법관’=건설 분야에 대한 전문법관 제도는 지난해 처음 실시됐다. 국내 최대 규모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 시범적으로 도입했고, 3명의 전문법관이 그 출발이었다. 이어 올해 중앙지법에 건설 사건 4명과 수원지법에 건설 사건 전문법관이 추가로 선발됐다.

대법원은 매년 복잡해지고 있는 분쟁 양상을 고려해 건설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법관이 재판을 장기간 전담하도록 해 업계에서 제기해 오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개선해 나간다는 목표다.

◇법조계·산업계 모두 “전문법관 필요” 인식=전문법관 필요성과 확대에 대해서는 법조계는 물론 업계에서도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3월 사법행정자문회의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법관 1076명 중 74.2%(798명)가 전문법관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호사들도 828명 중 90.3%(748명)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전문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건설을 비롯한 산업계에서도 전문성 높은 판사의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무엇보다 건설 사건의 경우 감정 내용에 따라 재판의 결과가 달라질 정도로 감정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따라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어떤 사항에 감정을 의뢰하고 어느 정도까지 감정을 신뢰할지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판사가 필요하다는 게 건설업계 입장이다.

만약 전문법관들이 확대된다면 전문성을 바탕으로 감정 문항을 작성할 수도 있고, 부실한 감정에 대해서도 구분해 낼 수 있는 등의 강점을 가질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실체적 진실에 가까운 결론을 도출할 수 있으며, 신속·정확하고 효율적인 재판 진행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당장 효과 보단 미래 위한 투자 필요”=비록 현재 건설 분야 전문법관은 10명도 채 안 되는 점을 고려할 때 업계에서 효과를 체감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향후 제도가 안착하고 확대될 경우 전문성 높고 신속한 판결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만큼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보다는 미래를 위한 제도 안착과 확대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황보윤 법무법인 공정 대표변호사는 “아직은 일선 현장에서 전문법관들의 역할을 기대할 만큼 제도가 자리 잡은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해 보인다. 건설 현장을 이해하고 있을 거라 갑을 관계 구조에도 밝을 것이고, 어떤 자료가 어느 정도 가치를 가졌는지에 대한 판단도 가능해 ‘을’인 하도급업체들의 억울함 해결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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