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건설시장은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건설투자 전망도 어둡다. 특히 올해 1/4분기의 실적을 보면 전년 동기 대비 건축 부문의 위축이 크게 나타났다. 경기선행지수인 건축허가면적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줄었고 올해 건설투자여건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건설업 자금조달 여건이 어렵다.

이러한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2020년 이후 업역 간 상호시장개방의 성과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상호시장개방이 허용된 161개의 현장에 대한 하도급 규정 준수 여부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 중 36개 현장에서 불법하도급 사례를 적발했다. 특히 직접시공 의무 미준수가 전체 36건 중 34건으로 전체의 94.4%나 차지했다.

올해 들어서도 국토부는 ‘불법하도급 100일 집중단속’ 기간 중 139개 건설현장을 단속한 중간결과, 57개 건설현장에서 93건의 불법하도급을 적발했고 이 가운데 무자격자에 대한 하도급이 66건으로 전체 단속 건수의 71.0%를 차지했으며, 하도급자가 발주자의 서면승낙 없이 재하도급한 경우가 27건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직접시공을 가장한 불법하도급이 건설공사 현장에 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광주 학동 철거공사의 경우도 불법하도급으로 인한 공사비의 부족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공사 물량 부족으로 경쟁이 치열한 현 상황에서, 다단계 하도급으로 실제 투입공사비는 더욱 줄어들고 건설업체는 이를 보전하기 위해 무리한 공기 단축과 저임금의 미등록 외국근로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는 건설공사의 부실과 재해사고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부실공사와 건설재해사고의 주원인으로 공사비 부족을 불러오는 직접시공을 가장한 불법하도급을 들 수 있다. 건설 업계가 주장하는 ‘적정공사비 및 공기의 확보’만으로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수익을 추구하는 건설업체의 입장에서는 수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유인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적정임금제와 직접시공의 강화’에서 불법하도급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직접 근로자에게 적정임금을 지불하고, 건설업체의 직접시공비율 확대는 하도급에 대한 유인을 크게 약화시킬 것으로 판단된다. 종합건설사업자와 전문건설사업자 간의 상호시장에서도 직접시공 원칙이 제대로 준수돼야 한다. 시공능력 있는 업체가 공사현장에서 공사를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직접시공은 시공 중심의 현행 건설업 등록제도 하에서 하나의 원칙으로 자리잡도록 할 필요가 있다. 물론 다양한 공종의 복잡한 건설공사인 경우 분업에 의한 효율적인 공사수행이 필요하다. 이 경우 시공관리능력이 크게 요구된다.

시공과 시공관리는 공사의 규모에 따라 적절히 배분돼야 한다. 전문공사의 영역에서는 더욱 직접시공능력이 중요하게 부각된다. 최근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는 설계, 감리, 시공 등 총체적 부실의 결과임이 밝혀지고 있다. 이전에 비해 시공관리라는 원도급사의 역할은 매우 약화됐다. 따라서 원도급사 본연의 역할인 공사관리(품질 및 안전관리)에 더욱 매진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하도급업체를 관리하는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 

불법하도급과 직접시공준수 의무 미이행 등에 대응하려면 발주자의 역할과 책임도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감리자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발주자의 역할과 책임이 강화되고, 발주자를 대신하는 감리자의 역할도 재정립돼야 할 것이다. 건설부패 방지 차원에서 발주자를 대신해 건설공사를 감리하는 책임감리제가 도입된 지 오래됐다. 이제 발주자가 공사현장의 관리, 감독에 보다 철저히 개입해야 한다. 직접시공 준수 여부, 불법하도급, 부실공사, 건설재해 등 안전 문제 등 건설현장의 관리·감독 역할을 복원해야 한다.

건설공사 전 과정에서의 발주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도록 관련 제도의 정비도 시급하다. 건설공사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발주자의 발주능력향상도 시급하다. 발주능력 부족을 메꾸기 위한 건설사업관리자 및 시공감리자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이들 발주자 지원 참여자와 현장공사 수행자 간에 상호 견제를 통한 협업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발주자의 ‘건설공사에 대한 관리·감독기능’의 복원을 위해 이제 발주자가 나서야 할 때다. 능력이 부족한 발주자는 사업관리자를 선정해 이런 역할을 수행하게 하면 된다. 발주자에게 강력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그 역할과 기능을 명확히 하고 이를 제도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다만 발주자의 불공정행위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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