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가 건설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당연한 상황이다. 건설업의 경우 제조업에 해당되는 생산 비용이 천문학적이어서 외부 금융기관의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입을 우리는 PF(project financing)라 부른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부동산 시장이 약세이면서 동시에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높아지면 현금 흐름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PF 사업이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그 정도가 심각할 경우 신용을 공여한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면서 자칫 금융시스템 전반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

현재 PF 시장의 현황을 보면 3월 말 현재 PF 대출잔액은 총 131조6000억원으로 2020년 말 92조5000억원보다 약 39조1000억원이나 증가한 상황이다. 이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정책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지속하면서 차입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도 경제가 불황 국면에 있어 마땅한 투자처가 없었으니 일정 수준의 수익률이 보장되는 PF 대출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한편, 이 당시에도 대부분은 언젠가 통화정책이 정상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과열도 진정될 것이라 예상했고, 특히 금리 상승으로 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도 높아질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과거와 달리 금리가 너무 빨리 올라갔다는 데에 있다. 시행사와 금융기관이 금리 상승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바로 이것이 최근 PF 위기의 핵심이다. 어찌 됐건 PF 시장은 현재 우리 금융시스템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지난 레고랜드 사태 그리고 이번 새마을금고의 뱅크런(bank-run) 등에서 볼 때 시장의 불안정성은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너무 과도한 불안감은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첫째, PF 시장은 관리가 되고 있다. 필자가 알기로는 이미 오래전부터 금융당국이 PF 사업장 단위로 관리 감독에 나서고 있다. 물론 완벽할 수는 없다. 이번 새마을금고 건은 사실 금융감독의 사각지대의 이슈라고 생각된다. 거의 모든 금융기관들이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고 있지만, 특이하게도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가 감독 주체이다. 예외적인 케이스로 봐야 한다. 다만 이번에 크게 이슈가 됐기 때문에 새마을금고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보다 신경을 많이 쓸 것이기에 큰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예상컨대 향후 증권사나 저축은행 또는 다른 새마을금고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다만 그것이 PF 시장 나아가 금융시스템 전체를 뒤흔들 정도는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다져가고 있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아직 시장의 회복을 논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으나,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하락세를 중단했고, 수도권은 이미 오래전부터 상승세를 지속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분양권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볼 때, 신규 주택시장도 회복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책금리의 피크아웃(peak out)을 들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그들의 정책금리를 한두 번 추가 인상할 수 있지만, 우리 정책금리는 현 3.5%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가계 부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소비를 위축시킬 여지가 있고, PF 시장을 중심으로 기업 자금 시장이 원활히 작동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상은 실물 경제를 침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신중할 것이다. 나아가 일부에서는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상황에 따라 금리 인하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시간이 갈수록 PF 시장의 부담은 완화될 것이고 희망이 섞인 기대이기는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회복과 금리 인하 시점이 맞아떨어지면 신규 PF 시장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SNS에서 부동산 시장발 경제위기를 언급하는 콘텐츠들이 우후죽순으로 올라오고, 일부 신용평가사에서 어느 1군 건설사에 대한 PF 위기를 경고하는 보고서가 발표되는 등 시장을 극단적으로 어둡게 보는 전망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들의 주장도 물론 일리는 있다. 그리고 실제 시행사와 시공사의 입장에서 시장 상황은 아직은 힘에 겹다. 그러나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자신들의 경험을 되짚어보고 현재 나타나는 시장 변화의 징후들을 잘 살펴 확신을 가지고 대응을 해야 한다. 이런저런 어중이떠중이의 말은 무시하고 스스로를 믿고 밀어붙일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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