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집중호우 피해가 연례행사처럼 돼 버렸다. 작년 8~9월에 포항과 서울 일대의 물난리를 다뤘는데 1년 만에 또 비슷한 주제로 글을 쓰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올해는 충청권을 포함한 남부지역에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산사태 피해가 컸던 경북에서만 사망 및 실종자가 30명 가까이 나왔다.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는 근처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물에 잠겨 차량 16대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집단참사를 당했다. 예보된 호우에 정부도 “과도할 만큼 선제 대응”을 다짐했지만, 이번에도 대규모 인명과 재산 피해를 막지 못했다.

특히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는 지하 공간이 침수 사고에 얼마나 취약한 곳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하차도에서 가까운 미호강 임시 제방이 무너지면서 강물이 순식간에 밀려 들어와 길이 436m의 지하차도 터널이 천장까지 잠기기까지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호우 피해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포항 지하주차장 사고, 서울 신림동 반지하 사고 등이 다 지하공간에서 일어났다. 지하는 물이 가장 먼저 차고 배수가 느리다. 게다가 흙탕물이라 시야 확보가 안 돼 구조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물난리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후 정부는 지하시설의 침수대비에 대응을 집중했다. 그런데 올해는 강의 범람과 산사태가 피해를 키웠다. 작년에는 수마가 서울 등 중부지방을 할퀴더니, 올해는 충청권을 포함한 남부지역이다. 언제, 어느 곳에서, 어떤 형태로 기후재앙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는 뜻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점은 기후변화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폭염이나 폭우, 가뭄 등 기후 재난이 잦아지고 그 강도도 세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한 예측 결과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 속도대로 증가하면 21세기 말 일부 지역에선 하루 강수량 800㎜ 이상의 극한 기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워낙 심한 피해를 입어서였는지 올해 여름철을 앞두고 정부와 지자체가 긴장한 모습은 역력했다. 각종 대책을 만들어 시행했고 재난문자를 계속 보냈다. 그런데도 물난리 피해를 막지 못했다. 오히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

결국 정부의 수해 대책이 그때그때의 ‘땜질식’ 처방만으론 기후재앙 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간과 피해 형태를 다양하게 아우른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이번 홍수 피해를 키운 저류시설을 비롯한 방재시설의 설계 기준은 50년 빈도 확률 강수량을 적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50년 빈도’라고 해봤자 모두 기후변화 이전 과거 데이터일 뿐이다. 물막이 등 침수 방지시설 설치, 배수시설 용량 확장 등 기준을 획기적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 지하시설 안전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대책도 중장기적인 대책이라 할 수 없다. 지금 당장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도 동시에 구축해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취약시설을 보강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우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뜻이다. 위험 예측과 재난 대비 매뉴얼도 상황 변화에 맞게 수시로 개선해야 한다. 국가의 첫 번째 임무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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