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 정도였나, 이 정도까지 엉망이었나” 하며 깜짝 놀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은 전국 15개 아파트 단지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됐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검단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를 계기로 전국에 건설 중이거나 입주한 LH 단지 중 사고 아파트와 같은 무량판 구조로 시공한 단지를 점검해 발표한 결과다.

이 중 5개 단지가 입주를 마쳤다. 4287세대 규모다. 

이 사람들은 불안해서 어떻게 사나 싶다. 민간 아파트까지 같은 구조로 시공된 사례를 확대·조사하면 그 수가 얼마나 늘지 알 수도 없다. 민간 현장도 100여곳이나 된다고 한다.

설계, 시공, 감리 모두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니 이런 총체적인 안전 불감증이 있을 수 없다. ‘건설강국’, ‘아파트공화국’이라는 한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1개 단지도 아니고 무더기로 나올 수 있나 싶다. 설계 단계에서 철근 보강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곳, 다른 층 도면으로 잘못 배근 작업을 진행한 곳, 시공사가 도면을 제대로 안 봐 철근을 빼먹은 곳 등 부실시공 원인과 정도도 제각각이다.

이한준 LH 사장이 “(특정 업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건설업 시스템 구조상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15개 아파트와 검단 아파트는 모두 발주청이 LH인데 ‘건설업 시스템 구조상 문제’라니 참 답답하다. LH도 설계·시공·감리 과정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도덕적 해이가 시공사뿐만 아니라 발주청에 만연했다. 이들 아파트 주변에 지진이라도 나면 또 얼마나 많은 무고한 국민이 참사를 겪어야 할지 걱정될 판이다.

휴가를 하루 앞둔 윤석열 대통령이 생중계로 “무량판 공법으로 시행한 모든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대해 전수조사 조속히 추진하라”고 말한 이유를 LH 사장부터가 되새겨야 한다. 15개 이른바 ‘순살 아파트’ 명단을 공개한 정부의 의도도 엄중하게 받아야 한다. 집값 하락과 이들 입주민이나 예정자의 줄소송 등이 뻔한 데도 이번만큼은 과거의 건설산업 기득권, 이권 카르텔을 깨부숴야 한다는 대통령 의지의 분명한 표현이다.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숴야 한다”, “관계 부처는 고질적인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법령 위반 사안은 엄정한 행정사법 제재를 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에 한점 오류가 없다.

부끄러운 일이다. 총공사비에서 몇 푼 되지 않은 철근값 아끼려고 일부러 빼먹지는 않았을 것이다. 건설산업계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 그 정신상태가 문제다.

2021년 광주 학동 재개발 참사, 지난해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올해 인천 검단 사고까지 매년 아파트가 무너진다. 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무고한 인부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파트 부실 공사는 예비 살인과 마찬가지다. 사람이 죽어야만 책임을 따지고 대책을 양산하는 후진국적 행태가 이참에 없어져야 한다. 이 기회에 부실과 부패 공사의 고리를 완전히 끊겠다는 강한 의지와 실천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당국은 아파트 부실시공 실태에 대해 철저한 조사에 나서 원인을 규명하고 그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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