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7일 국내 최고층 13층 철골모듈러 아파트(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의 준공식이 있었다. 해당 아파트는 정부 지원의 국가 연구개발(R&D) 결과물이다. 

앞서 우리나라 모듈러 건축공법의 고층화 기술 자립과 선진화를 목적으로 국토교통부 및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전격적인 지원 아래 2013년 4월 중고층 모듈러 연구단이 출범했다. 연구단의 주관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맡았고, 아주대학교와 서울대학교가 협동기관으로 참여했으며 국내 현실에 가장 적합한 13층 철골모듈러 아파트의 표준 기술을 제시했다. 

국가R&D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고자 본 실증사업을 통해 제시하는 13층 철골모듈러 아파트 기술을 그대로 적용해도 문제가 없고, 약간의 설계 변경만 거쳐서 국내 어디에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보편적인 수준으로 표준화했다. 

모듈러 건축의 성공은 사업 수립 초기부터 설계, 제작. 시공 부문의 유기적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 지난 20여 년간 국내 모듈러 시장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중소 모듈러 업체가 주도해 왔고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나름의 기술을 축적해 온 상황이다.

최근 모듈러 시장 규모가 커질 조짐을 보이자 여지없이 대형 건설사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종전 건설업의 행태를 그대로 모듈러 시장에 이식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라는 이유 하나로 입찰의 맨 앞에 서고 총괄 책임을 진다는 미명 아래 총공사비의 일정 부분을 가져가는 구도를 만들고 있다. 이들이 모듈러 시장의 포식자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모듈러 건축은 사업 수립 초기부터 설계, 제작, 시공이 동등 자격으로 참여하는 확장형 일괄입찰방식으로 발주하는 것이 옳지만 국내에서는 대형 건설사가 설계사와 모듈 제작사를 협력업체라는 핑계로 하도급업체로 부리고 있다.

용인 경기행복주택도 당초 발주는 확장형으로 모듈제작업체와 시공사를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도록 했다. 그러나 컨소시엄 선정 후 20년의 경력을 갖고 있는 모듈제작업체는 단순 납품업체로 전락하고 모듈러 건축경험이 일천한 시공사가 총괄하는 기존 건설현장의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모듈러는 건축비의 70~85%까지 모듈 제작비가 차지하기 때문에 모듈 제작 전문업체를 하도급 납품업체로 보려는 종합건설사의 사업 구도와 항상 상충한다. 즉, 전체 공사비에서 모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종합건설사의 수익률이 악화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모듈 제작사를 하도급업체로 두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는 모듈의 조립 설치를 위한 전문건설업종은 아직 분류되어 있지 않다. 유사한 탈현장(Off-Site Construction) 공장생산 방식인 PC(Precast Concrete) 부재의 조립 설치를 지붕·판금·건축물조립공사업에서 수행하고 있듯이 모듈의 조립 설치 역시 위 업종에 포함시킬 수 있다. 

모듈러 건축의 특성상 모듈의 양중, 쌓기 및 붙이기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제작 오차와 시공 오차의 수렴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전문업체에서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한다. 나아가 모듈러 건축의 설계, 제작, 시공을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하려면 프로젝트를 구상 단계에서부터 일괄로 처리할 수 있는 모듈러 전문건설업체를 육성해야 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중고층 모듈러 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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