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입주한 새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에 물이 샌다. 주차면 위의 천장 배관에서 누수가 발생해 일부 주차면은 폐쇄됐다. 몇번 보강공사를 했는데도 잘 안되는지 주차면은 여러번 개방과 폐쇄를 반복했다. 하자 보수기간인 2년이 넘어서자 시공사와의 법적 분쟁도 생겨 아파트 커뮤니티에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갑론을박, 한동안 꽤 시끄러웠다. 

지난해부터 유독 건설현장에 사고가 많았다. 건설 중이던 아파트 외벽이 무너지고, 이어 지하주차장이 무너졌다. 결국 해당 아파트들은 다시 짓기로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건설사의 대책은 발빨랐지만 최고라고 생각했던 브랜드들이기에 충격은 컸다. 급기야 정부는 2017년 이후 무랑판 구조를 적용한 민간 아파트 293개 단지를 전수조사하겠다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아파트 건설현장의 각종 사고들을 보면서 “혹시 우리 아파트는?”이라고 묻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건설업계가 다 이렇다면 내 아파트도 비슷할 거라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벽에 금이 가거나 천장에 물이 새거나 각종 시설이 잘 고장나는 아파트 거주자라면 그런 불안감은 더 커진다. 주변에 물어보니 거주하는 아파트에 대해 불만이 없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구축이야 낡았으니 그렇다손 치더라도 신축도 쉬쉬하는 곳이 생각보다 많다. 이게 단순히 소비자가 깐깐해서 그런 것일까.

한국은 아파트 나라다. 하늘에서 보면 도심 중심부터 산중턱, 해안 인근까지 아파트가 장벽처럼 서 있다. 보기에 따라서 아파트는 한국 건축의 상징물처럼 여겨진다. 경험으로 보나, 기술로 보나 아파트 하나만큼은 한국보다 잘 만드는 곳이 없을듯싶다. 그런 아파트에 불신이 쌓이고 있다. 실력의 문제일까, 시스템의 문제일까.

먼저 의심되는 게 선분양제의 부작용이다. 만들어지지도 않는 상품을 먼저 파는 것이어서 생산자 입장에서는 도덕적 해이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시멘트로 덮어버리면 별도의 검사가 없다면 기둥 안에 철근이 얼마나 들었는지 사실상 알 수가 없다. 

지금처럼 철근과 콘크리트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인상되는 상황이라면 선분양은 건설사에게도 부담이다. 분양가에 건축비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체 건축비에서 차지하는 철근과 콘크리트 비용이 얼마나 된다고 이를 빠뜨려 먹겠느냐는 게 건설사들의 주장이지만 하청에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부실시공이 없다고 단언하기 힘들다. 외국인 근로자 문제도 있다. 그들도 ‘프로’로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 보니 작업 때 휴먼 에러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유가 뭐가 됐든 난맥상이 누적되면 실력이 되고, 평판이 된다. 우리 건설업계 전체가 도매급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다소 과격해 보이는 정부의 무량판 구조적용 민간아파트 전체에 대한 조사가 여론의 지지를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막대한 비용이 들겠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는 차제에 불신을 해소하고 넘어가는 게 장기적으로는 득이 될 수 있다. 

증시담당 기자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어느 주식에 투자해야 하느냐”다. 마찬가지로 부동산 담당기자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어디에 투자해야 하느냐”다. 그런데 최근에 바뀌었다. “어떤 건설사 아파트가 튼튼한가요?”다. “어떤 아파트든 다 잘지었어요”가 모범 답안일 텐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고급 브랜드 아파트에서 속속 부실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나 역시 어느 아파트가 가장 좋은지 모르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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