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직원들의 땅투기로 국민들의 눈총을 받더니 이제는 무너진 아파트로 전 국민을 불안 속으로 몰아넣었다. 주차장 붕괴 이후 무량판 아파트 전수조사와 보강을 비롯한 후속 조치들이 속도를 내는 듯했지만, 이 과정에서 여기저기 허점이 발견되며 더더욱 신뢰를 잃었다. 이에 대한 LH의 대응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과연 LH가 혁신이 가능하긴 한가’ 의문까지 들게 했다.

검단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 국토교통부와 LH가 전수조사 방침을 발표하며 줄곧 강조했던 것은 바로 ‘투명하게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LH는 불과 2주 동안 어처구니없는 눈속임으로 이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됐다.

LH는 인천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 이후 무량판 공법으로 시공했거나 공사중인 91개 단지 중 15개 단지에서 철근이 누락됐다고 지난 7월31일 발표했다. 경미한 단지부터 기둥 전체에서 부실이 발견된 단지까지 모두 공개한 줄 알았지만 불과 며칠 만에 대상 단지 집계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 밝혀졌다. 그것도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감리 현장 점검차 방문하는 단지를 찾다 이 사실이 드러났다. 하필 원 장관이 방문하겠다는 곳이 집계에서 빠진 무량판 공법의 아파트였던 것이다.

LH는 처음에는 이를 감추려다 전날 밤 9시가 넘어서 국토부에 보고하게 됐다고 한다. 이렇게 무량판 공법 아파트 단지는 91개가 아니라 101개 단지였다는 것이 알려졌다. 또한, 91개 중 15개 단지에서 철근이 누락됐다고 한 것도 사실이 아니었다. 철근 누락이 경미하다는 것을 이유로 5개 단지가 빠졌던 것이다.

지난 11일 이한준 LH 사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어떻게 LH란 조직이 가장 기본적인 통계조차도 대대적으로 발표하는 자료에서 임의적으로 뺐는지 참담하다 못해 실망스럽다”면서 “아무리 경미한 사안일지라도 빠짐없이 보고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임원 사직서 제출도 불신을 키웠다. 이 사장은 임원 전원 사표를 받아 5명 중 4명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어차피 임기가 끝났거나 곧 끝날 임원들이었다는 점이다. LH 임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번에 사표가 수리된 4명의 상임이사 중 두 명은 임기가 이미 끝났고 나머지 두 명은 다음달 끝날 예정이다.

게다가 이 사태가 벌어진 와중에도 LH는 전관업체와의 용역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뭇매를 맞았다. 급기야 원희룡 장관이 “국민의 비판을 받는 가운데 아무런 개선 조치 없이 관행대로 용역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용역계약 절차를 전면 중단할 것을 긴급 지시했다.

신뢰가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LH는 오는 10월 고강도 혁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LH에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다.

임원의 사직서와 함께 이한준 사장은 거취를 정부에 맡기겠다고 했다. 또한 내부 자정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공정거래위원회, 경찰, 감사원까지 동원해 조직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10월까지 길지 않은 시간이다. 조직을 쪼개겠다, 몇 명을 감원하겠다, 전관은 배제하겠다는 식은 당장 파격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현실적이지 않고 혁신적이지도 않다. 이상한 꼼수만 낳을 뿐이다. 혁신안은 결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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