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1단계 여객청사 공사현장에 CCTV를 설치하려는 계획이 공개되자 원도급사는 물론 작업반장들이 반발했었다. 이유는 현장 감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무시하는 행위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단이 CCTV를 설치하려는 목적은 위험물과 들쥐를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최근 부실공사와 인명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자 극단적 조처로 서울시가 관내 공사현장에 CCTV를 설치해 부실공사를 원천차단하기로 했다. 일부 건설사가 민간공사에 도입하기로 화답했다.

필자 견해로는 부실공사 빈도는 낮아지겠지만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인명사고도 여전히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근본적 처방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확신의 근거는 무인 단속카메라를 설치했다고 과속이나 교통사고가 사라지지 않는 경험 때문이다.

부실공사와 인명사고는 마치 관행처럼 반복되고 있다. 그럴 때마다 대책이 관행처럼 반복되고 있다. 광주와 인천 아파트 인명사고와 부실공사 파문에도 관행이 되풀이됐다. 사고 시마다 결론은 언제나 ‘총체적 부실’이고 대책은 감리와 처벌 강화, 즉 근본적 처방보다 일회성 혹은 상처 부위만 덮는 ‘반창고’ 대책이 전부다. 정작 부실공사 당사자로 지목받은 산업체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들리는 소문은 감리를 감시하는 감독기관을 두겠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다.

감리에 옥상옥을 만드는 셈이다. 파문 시마다 작성하는 행정문서가 덧쒸어진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보다 감독과 감시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시공을 지도·감독해야 할 기술인이 현장 상주보다 사무실에서 행정문서 작성에 더 많은 시간 투입이 불가피해진다. 온갖 이유를 들어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찾아오는 행정관청의 현장 방문은 공사를 중단시킨다. 감리·감독과 행정문서가 중복되지만 부실공사와 인명사고는 근절되지 않는 이유를 누구도 지적하지 않는다.

자동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운전자 역량을 강화시킨다. 조수석을 늘리거나 조수를 늘리지 않는다. 사고 시마다 운전자의 보험료가 할증된다. 운전자 개인의 책임을 강화하는 구조다. 건설현장은 이와 정반대다. 이슈 때마다 조수석을 늘리고 운전자보다 차주 처벌을 강화하는 구조다. 동영상 촬영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감시하지만 처벌은 현장에 없는 경영자에게 내려진다. 책임자와 처벌받는 사람이 불일치한다. 동영상 촬영과 유지관리에 간접비가 증가한다. 감리와 행정서류 작업을 늘리면 간접비가 늘어난다. 늘어나는 간접비를 공사현장 근로자에게 지불하면 최소한 부실공사와 안전사고 빈도는 줄어들지 않을까?

건설현장에서 공학기술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공사 관리자의 지시보다 노조의 지시가 더 힘을 받는다. 원도급자가 하도급자에게 일을 맡겨도 어떻게 하라는 지시 혹은 절차를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하도급자는 근로자에게 무엇을 하라는 지시는 해도 어떻게 어떤 기준으로 하라는 방법은 제시하지 않는다. 지시와 절차, 기준이 없기 때문에 원도급자가 하도급자와 기능인이 시공한 공종별 작업 완성도를 검증할 수단도 없다. 확인 및 기록은 기성 검수에만 국한돼 있다. 있어야 할 철근이 빠진 아파트를 ‘순살아파트’로 매도해도 산업체는 침묵한다. 타 업체도 혹시 해당기업이 시공한 아파트에 동일한 문제가 발견될까 좌불안석이다.

만약 시스템이 작동한다면 완전히 다른 상황이 벌어진다. 7년 전 일본 요코하마 아파트의 부동침하 사고 사례다. 7개월간의 조사결과 2.4cm 부등침하 원인으로 파일기초 62개 중 8개가 암반에 닿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일본건설 답지 않은 부실공사였다. 원인조사는 정부가 아닌 민간단체가 주도했다. 부실공사로 확인된 8개 파일을 시공한 원도급자, 하도급자, 기술자, 품질검사를 한 원도급 기술자, 작업반장 실명을 밝혀냈다. 입주한 지 7년이 지났지만 공사현장의 기록을 찾아내는 데는 몇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부실공사 조사에 7개월이 소요됐지만 해당 작업 관련자 실명을 찾아내는데 별도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이유는 작업실명제 덕분이었다.

총체적 부실이라면 대응도 총괄적이어야 한다. 한국건설의 기존 생태계 자체에 근본적 대수술이 필요하다. 약물치료나 대일밴드 처방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민간단체가 전면에 나설 때다. 정부 책임부문인 법과 제도에 더 이상 강화시킬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공공주도로 9차례나 혁신대책을 수립했었지만 일회성 이벤트로 끝났다. 한국건설에 새로운 생태계 구축에는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포기할 수 없는 건설을 건설답게 만들기 위해 민간단체가 나서야 한다. 한국건설의 미래 모습을 민간단체가 설계한 후 정책 지원을 당당하게 요구하는 사업자단체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선 약속, 후 요구’ 수순을 따르라는 주문이다.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학협력중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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