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진앙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지목된다. 글로벌 경기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인 만큼, 국내에서도 리스크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PF대출에 대한 밀착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다.

위기 신호는 여러 경로로 감지된다. 지식산업센터 부문의 신호가 강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승인받은 전국의 지식산업센터는 1511곳이다. ‘지산 붐’이 일었던 3년 전인 2021년 7월 1247곳이 승인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이 부문에서의 공급과잉과 돈맥경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자본력이 약한 시행사들은 대부분 제2금융권으로부터 고금리로 자기자본 10배 안팎의 대출, 즉 브릿지론으로 부지를 확보했다. 이후 인허가와 시공사 선정을 거쳐 은행으로부터 정식 담보대출, 즉 본PF를 받아 브릿지론을 갚는 구조다. 그런데 금리가 오르면 PF의 수익성이 떨어지게 된다. 브릿지론에서 본PF로의 전환이 난항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인허가를 받은 뒤 첫 삽을 뜨지 않은 미착공 부지가 324곳에 달한다.

지식산업센터 외에 오피스텔, 생활형 숙박시설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여기에 콘크리트의 주원료인 시멘트와 철근 등 핵심 자재 원가가 치솟은 것도 사업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건설원가가 상승한 만큼 조달해야 할 자금 부담도 더 커지기 때문이다.

브릿지론 만기가 8월 말에 상당수 몰려 있어, 부실채권 규모와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할부·리스사 등 51개 캐피탈사의 고정이하여신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3조420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조1226억원) 대비 48.9% 늘었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말로, 부실채권을 분류하는 지표다. 부실채권을 포함한 캐피탈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3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익스포저는 보수적으로 집계했을 때 손실이 날 수 있는 최대 금액을 의미한다.

금융당국도 ‘PF 대주단 협약’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협약을 맺으면 금융사가 채권 행사(회수 조치)를 할 수 없다. 사업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자금 관련 의결 정족수를 ‘100% 동의’에서 ‘50~66% 동의’ 수준으로 낮췄다. 지난 6월 말 기준 이렇게 협약이 맺어진 곳이 전국에 91곳이다. 이 중 66곳이 실질적인 금융 지원을 결정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도 9월부터 1조원 규모의 부동산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 펀드를 가동한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구조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긴축 기조를 길게 가져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이 높은 금리를 유지한다면 국내 금리 역시 이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높은 금리에 버틸 여력을 소진한 일부 시공사와 건설사가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이런 현상이 국내 건설업계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 1년 전인 지난해 9월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를 교훈 삼아 정부와 업계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위기의 불씨는 침체라는 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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