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만 해도 2023년 한국 경제의 방향성은 상저하고(上低下高), 즉 상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이나 하반기 이후 경기가 개선되는 흐름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대해 정부나 국책연구기관들은 물론이고 민간에서도 비슷한 시각을 가졌었다.

그러한 전망의 배경에는 대외적으로 미국 경제가 연준의 고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과 특히 중국이 작년 12월 그동안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고 시장을 재개방했다는 우호적 대외 여건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작년 10월 이후 지속되던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세가 올해 하반기 언제쯤에는 중국 수요 확대로 증가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됐다. 또한 대내적으로도 1분기 국내 소비가 보복 소비심리로 상당한 호조를 보이면서 경제성장률이 작년 4분기 전기대비 0.3%의 역성장에서 올해 1분기에 0.3%의 증가세로 반전되는 등 내수 경기도 바닥을 찍고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상저하고의 예측은 그 가능성이 점점 힘을 잃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 경제의 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 수출의 약 25%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위기가 우리 경제에 전염되고 있다. 중국의 7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2.5%로 지난 6월의 3.1%보다 크게 둔화됐다. 고정자산투자도 누적 기준 6월 전년 동기 대비 3.8%에서 7월에 3.4%로 하락했다. 특히 산업생산은 같은 기간 각각 4.4%에서 3.7%로 줄고, 수출도 12.4%에서 14.5%로 크게 악화됐다. 이러한 경제 전반의 활력 약화로 결국 중국 경제는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디플레이션(deflation)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미국 경제도 살인적인 고금리의 영향으로 경착륙이냐 연착륙이냐의 이슈는 남아 있으나 조만간 경기 하강 국면으로의 진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다면 하반기 수출 경기 회복을 장담했던 정부의 예측이 빗나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는 최근 통계로도 확인된다. 월간 기준으로 약 520억 달러 이상 규모의 수출이 지속돼야 하반기 증가세로의 전환이 가능한데, 올해 7월 수출 실적이 503억 달러로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우리 경기의 방향성을 쥐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하반기 중 업황 회복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왜냐하면, 우리 반도체 수출의 대중국(홍콩 포함) 비중이 57.1%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중국 경제의 회복 없이는 우리 반도체 산업 경기의 회복을 말할 수 없다.

하반기 한국 경제가 수출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남은 것은 내수밖에 없다. 내수가 성장을 견인하든가 아니면 최소한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우리 민간소비는 1분기 전기 대비 0.6%에서 2분기에 0.1%의 감소세로 전환됐다. 보복 소비심리로 인한 활력은 올해 1분기에 끝이 났다. 고물가·고금리로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축소된 상황에서 전반적인 경제 불확실성도 높아지면서 미래가 어두워지니까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소비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수의 다른 한 축인 투자에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건설투자는 정부 SOC 예산의 감소 추세와 PF 시장 불안에 따른 건축 수주 위축이 지속 중이다. 따라서 건설업 경기가 내년에 과연 회복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또한, 설비투자는 다행히 반도체 산업에서의 투자가 지속 중이나 다른 산업에서의 투자가 부진해, 전체 투자로 보면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요약하면 올해 우리 경제의 경기 추세는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좋아지는 ‘상저하고’의 낙관적 전망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인플레이션과 재정건전성 문제에 직면한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역시 기업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버티어 내야만 한다. 씀씀이를 줄이고 내실을 강화하면서 경기가 살아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는 없어 보인다. 특히 최근 부상한 중국발 위기가 한국 경제에 전염될 가능성을 산업계 또는 기업 차원에서 면밀히 살펴보고 철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유럽 재정위기가 있었고 그리고 그 일련의 위기들의 끝에 중국 경착륙 위기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중국발 위기는 코로나 펜데믹으로부터 시작된 수많은 위기들의 마지막일 것이라 기대해 본다. 조금만 더 힘을 내어 어려움을 극복해보자.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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