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살자이’ ‘통뼈캐슬’ ‘흐르지오’

이 단어들을 최근 SNS에서 한 번은 본 적 있을 것이다. ‘K-건설’이 어쩌다 이런 조롱과 야유를 받게 됐는지 답답한 마음까지 든다.

GS건설의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태 후폭풍이 한국 건설업 전반을 휘감은 분위기다.

GS건설 사태를 기점으로,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뿐만 아니라 전국 민간아파트로 부실공사 점검 범위를 넓혔다. ‘혹시 우리 아파트는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하는 국민들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기서 이런 의문이 생긴다. ‘무량판’ 구조의 아파트들을 전수조사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이번 사안은 ‘무량판’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철근이 빠지고, 콘크리트 압축강도가 약하고, 공사 중에 과하중이 가해진다면 그곳은 무량판이든 아니든 여지없이 붕괴할 것이다.

검단신도시 아파트 붕괴사고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구조설계도서를 시공도면으로 제대로 전환하지 못해 철근이 누락된 점 △시공상황과 시공도면 일치를 제대로 감리 감독하지 못한 점 △건설사가 시공도면대로 시공하지 못한 점이다. 결국, 설계와 시공, 감리 모든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는 얘기다.

설계-시공-감리 부분에서 총체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일부 현장이 아니라 우리나라 건설업 전반을 관통하는 시스템적 문제다. 한국 건설업은 산업화 시대에 빠른 공급을 위해 시공 위주로 시스템이 짜여졌고, 설계와 감리 분야는 상대적으로 영세하고 낙후돼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같은 건설업종에서도 ‘하청 아닌 하청’이 존재하고, 그 틈을 전관 카르텔 등이 쉽게 끼어들 수 있는 구조다.

설계 분야를 한 번 생각해보자. 한국 건설 공사비에서 건축 설계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1% 수준이다. 평당 공사비가 100만원이라면 설계에 지출한 비용이 4만1000원이라는 의미이다. 같은 기준으로 독일(9.1%), 프랑스(9%), 미국(8.2%) 등 외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절반 수준을 밑돌고 있다. 

감리는 역량지수에 따라 초급·중급·고급·특급 등 4개 등급으로 나뉜다. 역량지수를 산정할 때는 국가기술자격증과 학력, 교육이수 현황과 현장경력을 합산해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이때 현장경력에는 감리뿐 아니라 설계, 시공, 안전관리, 건설사업관리, 안전점검, 정밀안전진단 등 다른 업계 재직 경험이 포함된다.

감리회사가 주로 고용하는 인원은 비교적 낮은 연봉을 제시해도 채용 제안에 응하는 다른 분야 퇴직자들이다. ‘베테랑’ 감리인력은 전문성이 높은 대신 월급도 많이 줘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감리업체는 소수의 직원들로 구성돼 인건비로 지출할 수 있는 경비가 제한돼 있어 저연봉의 고령 감리를 선호한다. 현장에서의 감리역량이 확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GS건설에 ‘10개월 영업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LH는 ‘해체 수준’의 강력한 쇄신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물론 이번 사태를 불러온 회사들에게는 강력한 책임을 물어야 사고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제2의’ 검단신도시 아파트 사고는 막을 수 없다고 본다. 건설업은 설계와 시공, 감리 ‘세 날개’가 각자의 역할을 다할 때 제 기능을 발휘한다. 한국 건설업 시스템 자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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