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발표된 정부의 2024년도 연구개발(R&D) 예산 배분의 골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 R&D와 국방 및 안전, 탄소중립 등의 국가 임무수행을 위한 필수 R&D, 그리고 효율화와 내실화, 통합화, 유연화를 위한 R&D 투자의 비효율 개선이다. 하지만 국가의 중차대한 전략과 예산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그 논리성과 투명성, 그리고 공청회 등을 통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됐는지 그 과정을 제대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국가 R&D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과정에 따른 다양한 요건들을 고려해야 한다. 먼저 국가 R&D 전략의 비전과 목표를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이 비전과 목표는 미래의 R&D 분야에서 어떤 성과를 이루고자 하는지, 기술 혁신의 방향성은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의 강점, 약점, 기회, 위험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현재 상황과 도전 과제를 파악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다음 단계로 국가의 산업 구조, 경쟁력, 인프라 등을 고려해 어떤 기술 분야에 집중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할당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국내외 연구기관, 대학, 산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네트워킹을 통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해 협업 기회를 찾아야 하며 R&D를 지원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과 규제를 개선하거나 조정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를 위해서는 훌륭한 연구자와 기술 인력이 필요하므로 국가 R&D 전략에는 인력 양성 및 유지에 대한 계획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전략 수립 후에는 계획의 진행 상황과 목표 달성도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효율적인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필요한 조정과 개선을 할 수 있다. 또한, 민간 산업과의 협력을 촉진하고 연구 결과를 상업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산업의 관점을 반영해 현실적이고 유용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가 R&D 전략은 복잡하고 장기적인 과정이므로 정부, 학계, 산업계, 연구기관 등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발표된 2024년 국가R&D사업의 예산 배분 조정에서 혁신 R&D와 필수 R&D는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거나 정부의 정책과 일치하는지를 고려한 부분이라고 판단이 된다.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분야나 선도 국가의 연구 동향 및 경제적 영향을 고려하고 산업 성장과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효과가 큰 분야인지 또한 국가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술 혁신이나 첨단 기술 분야와 국가나 지역 내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연구 분야를 투자 우선순위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연구 분야의 기술 성숙도와 실제로 현장에서 적용되거나 확산될 가능성을 고려하고 기술의 구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부분도 존재한다. 그리고 우선순위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 학계, 산업계, 시민 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합의를 이루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표성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리고 R&D 투자의 비효율 개선 측면에서 논리적 근거와 투명성이 제시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R&D 예산투입에 대한 비효율의 근거는 투입 대비 성과 미흡 즉, 투자의 부실화를 대표적으로 제시했지만 효율성의 잣대를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살펴봐야 한다.

제대로 R&D를 R&D답게 혁신하고자 한다면 R&D 효율의 잣대를 명확하게 제시해 현재 기준의 R&D 체계 및 예산 배분의 문제점을 이해관계자들을 통해 도출해 이슈를 정의해야 한다. 이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추진전략과 예산 배분의 논리가 이러한 근거에서 나와야 타당성을 검증받을 수 있으며 그 성과가 이슈를 얼마만큼 해결하느냐가 효율의 정의가 된다.

국가 R&D 예산의 조정과 투자 우선순위 결정은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최대의 성과를 얻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국가 R&D 전략과 예산배분의 적절성 검증의 첫 단추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실질적인 검토와 환류(피드백)를 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 적절성과 타당성을 검증받고 전략과 예산배분을 조정해야 한다. 국가의 대형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할 때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사업 기획과정의 투명성과 논리적 근거, 그리고 환류이다. 그리고 각 분야에서는 저마다의 역할이 있다. 정치와 정책의 전문가들이 수행하는 임무를 존중받아야 하는 것처럼 연구와 기술의 전문가들도 영역의 차이일 뿐이지 그 무게는 다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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