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업계 인사들의 공통 관심은 이른바 ‘9월 위기설’이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9월1일 부동산 공급 대책 발표 방침을 밝히면서 “9월 위기설은 없다”고 일축한 게 되레 궁금증을 자아낸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시중에 떠도는 자영업자 대출이 코로나19 대출 지원 종료와 맞물려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위험 등을 위기설의 근거로 추정했지만, 이는 최악의 경우 만기를 연장하면 그만인지라 대통령실이 나서 진화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는 분위기였다.

중국발 세계 경제 위기설도 현재까지 호재이면 호재이지 악재는 아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9월3일자 보도에서 올해 들어 일본의 토픽스지수가 24% 상승하고 대만 자취안지수와 한국의 코스피가 각각 18%와 15% 올랐다고 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중국 지수가 6%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 흐름이다.

반도체 업황 반등 등 기대되는 호재는 더 있다. 중국 증시를 이탈한 외국인 자금이 한국으로 옮겨오는 것도 좋은 일이다.

당장의 위기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중국에 대한 수출이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한국의 경우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대중 수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25%나 감소했다.

국내 경기도 서서히 중국발 한파에 얼어붙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8.9% 줄면서 11년 4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다. 소비와 생산도 각각 3.2%, 0.7% 감소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정부가 장담했던 ‘상저하고’ 흐름은 기대난망이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680조8120억원으로 지난 한 달 사이 1조5912억원 늘어 4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는 점도 우리 경제에 ‘레드 시그널’이다. 빚내서 집을 사거나 연명하는 주체가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집값이 다시 들썩이는 것도 이런 대출 증가 탓이 일부 있다. 여기에 주택공급 불안이 더해지면서 집값 상승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7월 주택 인허가 물량이 1년 전과 비교하면 30%가량 감소하고, 착공은 54% 급감한 10만 가구에 그쳤다. 정부가 이달 중 부동산 공급대책을 발표하는 것도 이를 의식해서다.

나라 살림도 쪼그라들었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652조9000억원 규모로 짰다. 올해 본예산보다 2.8% 늘어났는데,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정부가 국채 발행 등으로 나랏빚을 더 늘리지 않기 위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 것이다.

경각심을 늦추지 말아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유럽의 성장 엔진’으로 추앙받던 독일이 ‘유럽의 병자’로 전락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이 불안해진 가운데 금리 인상 파급 효과, 중국 등 대외 수요 둔화, 고령화가 더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비슷한 산업·인구구조를 가진 한국 상황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남의 일로 보이지 않는다.

경제 주체 모두가 경제 살리기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는 말이 요즘처럼 실감 난 적이 별로 없던 것 같다. 진짜로 위기가 일상인 시대다. ‘9월 위기설’이 아니라 ‘매일 위기설’로 정신무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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