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불도저·굴착기가 자율주행하며 평탄화·굴착 작업 수행
이동욱 대표이사 “상용화 위해 법적·제도적 준비 필요”

“무인 불도저의 후진 방향으로 사람이 서 있자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비상정지를 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20일 충남 보령에 위치한 HD현대인프라코어 보령PG(성능시험장)에서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제작한 ‘컨셉-X2’ 불도저<사진>의 ‘자율주행 그레이딩’ 시연이 이뤄졌다.

10t급 불도저가 바닥에 블레이드를 밀착한 상태로 이리저리 모래를 밀어내며 스스로 평탄화 작업을 수행했다.

이동 방향에 장애물이 인식되면 자동으로 정지하는 ‘액티브 세이프티’(Active Safety) 기능도 탑재됐다. 해당 불도저는 라이다, 적외선 카메라 등 인지 센서를 기반으로 주변 환경을 인지해 실시간으로 경로를 찾는다.

사람이 직접 탑승하거나 원격으로 조작할 필요도 없었다. 모든 임무를 마치자 불도저는 스스로 있던 자리를 찾아 돌아갔다.

이어서 시연된 컨셉-X2 22t급 굴착기는 인공지능(AI) 계획 알고리즘에 따라 인지 및 제어 성능을 스스로 개선한다. 숙련된 전문가의 운전 궤적을 학습해 작업 효율을 향상하는 똑똑한 건설장비다.

장비의 움직임도 자유로워졌다. 굴착기의 틸트로테이터는 앞뒤로만 움직이는 기존 버킷과 달리 좌우 45도, 360도 수평회전이 가능해 사람의 관절처럼 다양한 각도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수동으로 장비를 조종하고 싶을 땐 콘솔 원격작업<사진>을 하면 된다. 사람이 진입하기 어려운 위험 지역의 작업 혹은 무인 작업 중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유용하다.

직접 콘솔을 사용해보니 평탄화 작업을 위한 블레이드 각도를 조절하는 일에 매우 섬세한 기술력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각도가 너무 가파르면 땅이 되레 파헤쳐지거나 블레이드가 허공을 가로질렀다.

이날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선보인 컨셉-X2 불도저와 굴착기는 컨셉-X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지난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콘엑스포 2023’에서 공개된 바 있다.

당시 HD현대는 무인화·자동화 종합 관제 솔루션 기술을 시연한 유일한 기업이었다.

컨셉-X2는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구상하는 건설 현장의 무인화·자동화 여섯 단계(0∼5단계)를 달성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최종적으로 하나의 관제센터에서 모든 건설 현장 무인·유인 장비의 작업 현황 및 고장 여부를 총관리하는 5단계(Site Autonomy)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이전 버전인 컨셉-X와 비교해 컨셉-X2에서 불도저를 신규 적용 장비로 추가하고 조종석을 제거하며 무인장비 디자인을 구현했으며, 틸트로테이터를 통해 장비 제어를 2D에서 3D로 확대했다는 의의를 갖는다.

이동욱 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이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보여드린 기술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섰다고 자부한다”며 “광산 현장 혹은 고산 지대, 원전 해체 작업 현장과 같은 곳이 저희가 생각하고 있는 비즈니스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컨셉-X2 장비의 상용화 시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며 법·제도적 환경이 구축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컨셉-X2 구현 과정에서 확보한 개별 기술은 2025년부터 출시할 차세대 통합 모델에 탑재할 예정이다.

이 대표이사는 “굴착기를 원격 제어할 경우 과연 그 운전자는 장비 면허가 있어야 하는지, 해외에서 원격으로 제어할 경우 형식 및 규격 승인은 어떻게 이뤄질지 등 상용화를 위한 법적 준비가 부족하다”며 “얼마만큼 시장이 준비돼있느냐에 따라 상용화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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