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정비창 부지에 ‘서울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지 얼마나 됐을까. 50만㎡ 규모에 달하는 부지에 세간의 이목이 쏠린 건 2005년이었다. 당시 철도청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 전환하면서 떠안은 4조5000억원의 부채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코레일은 보유하고 있던 용산정비창 부지를 개발해 부채를 털어내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그렇게 긴 여정이 시작됐다.

당시 서울시가 한강 경관 개선을 고려해 한강변에 있는 서부 이촌동까지 아우르는 통합 개발을 인허가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에 사업비 규모가 31조원으로 불어났다. 2007년 8월 사업자 공모가 시작됐고, 같은 해 11월 삼성물산-국민연금 컨소시엄이 시행사로 선정됐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그렇게 닻을 올렸다.

순항할 것 같았던 사업은 좌초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주관사가 바뀌었고, 코레일이 시행사로 나서며 기본계획도 뒤틀렸다. 2011년 시행사인 드림허브주식회사가 파산했다. 이어 코레일이 직접 개발에 나섰지만 2년 만인 2013년 사업청산 절차를 밟았다.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지난달 용산정비창 부지에 대한 밑그림이 등장했다. 지하·지상·공중도시로 이어지는 3중 입체 구조의 국제업무 복합도시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도 용산정비창 부지 개발을 ‘서울 대개조’ 구상의 핵심 프로젝트로 꼽았다. 임기 중인 2025년 하반기에 착공하기 위해 내후년까지 실시설계를 마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언급했다.

오세훈 시장에게 용산정비창 부지 개발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2007년 첫 번째 사업이 추진될 때 오 시장이 서울시의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 

이번엔 용산정비창 부지를 반드시 개발해야 한다. 이유는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서울시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서울이 보다 강력한 글로벌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선 용산에 국제업무지구가 들어서야 한다. 이곳에 세계적인 기업의 오피스가 들어서야 고급 인재도 흘러들어온다. 도시 경쟁력 상승으로 일자리 창출, 투자 유치 등 다양한 경제효과를 거둘 수 있다.

두 번째는 서울의 주택시장 안정화다. 집값 불안심리를 잠재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질 좋은 주택을 지속해서 공급하는 것이다. 용산에 수천가구 규모의 주택공급이 현실화하면, 시장 안정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세 번째는 교통망 확충 효과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과 연계해 신분당선 용산역 연장(2단계 연장)은 물론 서북부 연장 사업에도 다시 시동을 걸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4월 신분당선 용산역 연장 착공 시기를 2026년 1월로 조정했다. 예정대로 착공해도 2031년에 개통된다.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사업은 최근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용산 개발이 속도를 낸다면 이들 교통망 사업 추진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이와 함께 용산 개발은 강남·북 격차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기도 하다. 용산정비창 부지에 따라붙는 ‘서울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 수식어를 이제 지울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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